(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박주영의 아스날 이적이 공식발표됐다.
아스날은 30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박주영 영입을 공식발표했다. 박주영은 등번호 9번을 달게 됐다.
아스날 9번은 90년대 말부터 저주의 번호로 여겨지고 있다. 니콜라스 아넬카를 시작으로 샤흐타르 도네츠크로 이적한 에두아르두까지 아스날 9번을 달았던 선수들은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팀을 떠났다.
9번을 달았던 선수들이 아스날에 머물렀던 시간은 평균 1년 남짓이었다.
◆저주의 시작 아넬카
시작은 아넬카였다. 1997년 아넬카는 아스날의 유니폼을 입고 화려하게 데뷔했다.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데뷔골을 성공시킨 이 대형스트라이커의 탄생에 아스날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아넬카는 팀에 높은 급여를 요구하며 아스날과의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결국 1999년, 아스날은 아넬카를 이적료 2300만파운드에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시켰다. 2년 간의 짧은 동거였다.
이로써 '9번의 저주'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월드컵 득점왕도 피하지 못해... 수케르
다음 주자는 1998 프랑스 월드컵 득점왕 다보르 수케르였다. 월드컵에서 득점왕에 오르며 크로아티아를 4강으로 이끈 수케르는 이듬해 1999년 런던에 입성했다. 스페인 리그에서 8년 동안 120골을 넣은 이 득점 기계에 대한 기대감은 실로 엄청났다.
1999~2000 시즌 첫 선발 경기 아스톤 빌라전에서 2골을 넣으며 떠난 아넬카를 팬들의 기억 속에서 지울 뻔 했다. 하지만 당시 31살이었던 수케르는 급격한 노쇠화가 오면서 심한 기복을 보였다. 그 시즌 수케르는 22경기 8골을 기록하며 1년 만에 웨스트햄으로 떠났다.
◆제퍼스 900만파운드=2시즌 4골
에버튼에서 영입한 프란시스 제퍼스도 '9번 저주'의 희생양이 됐다. 제퍼스는 1998년 에버튼에서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해 개리 리네커를 잇는 잉글랜드 차세대 공격수로 평가받았다. '페널티 박스 안의 여우', 그만큼 영리한 선수였다.
아스날은 2001년 수케르가 남기고 간 9번을 900만파운드를 주고 제퍼스에게 물려줬다. 하지만 2001~2003년 두 시즌을 아스날에서 뛰며 단 4골만을 기록했다. 이후 애버튼으로 다시 임대를 떠났고 2004년 찰튼으로 방출됐다.
◆세비야 출신 두 명 벵거에게 큰 실망... 레예스, 밥티스타
벵거 감독은 제퍼스를 애버튼으로 임대를 보낸 2004년 1월 세비아에서 1500만파운드 이적료를 지불하고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를 영입했다.
레예스의 런던 입성은 화려했다. 그해 FA컵 4라운드에서 첼시를 상대로 2골을 기록
하며 승리를 이끌었고,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또 다시 첼시를 상대로 골을 터뜨리며 '9번의 저주'에 종지부를 찍는 것처럼 보였다. 2004~2005 시즌 개막 후 6경기에서 연속으로 골을 넣으며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다.
하지만 이후 기복이 심한 플레이를 보이며 팬들을 실망시켰다. 게다가 향수병까지 겹치면서 이적설까지 돌기 시작했다. 결국 레예스도 2005년 여름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에 레알 마드리드로 임대를 떠났다.
이번엔 '세비아의 야수' 밥티스타가 저주에 빠졌다. 레예스를 레알 마드리드로 임대보내면서 밥티스타를 임대로 데려왔다 그는 스페인리그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부터 스트라이커까지 전 포지션에서 활약하며 3시즌 동안 46골을 뽑아냈다.
허나 야수는 프리미어리그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남미 선수들은 잉글랜드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징크스까지 겹쳤다.
밥티스타는 그 시즌 리그에서 3골 7도움 기록했지만 팬들이 기대하는 '짐승'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도 그 시즌을 마치고 레알 마드리드로 복귀했다.
◆부상으로 이어진 저주... 에두아르두
'9번의 저주' 마지막 타자는 현재 샤흐타르 도네츠크에서 뛰고 있는 에두아르두다.
에두아르두는 크로아티아 리그에서 경기당 1골 이상을 넣는 활약으로 2007년 아스날도 넘어왔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잘 적응하며 점점 기대감을 높여갔다.
그러던 2008년 겨울 버밍엄 시티 마틴 테일러의 거친 태클로 골절상을 당하며 오랜 시간 그라운드를 떠났다. 정강이
뼈가 두동강 나는 큰 사고였다.
부상 복귀 후 에드아르두는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우크라이나 샤흐타르로 이적했다.
아스날 발목을 지독하게 잡아왔던 '9번의 저주'. 박주영이 그 저주를 깨고 위기에 처한 아스날의 구할 수 있을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의 재미 하나가 더 추가됐다.
/kaka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