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퇴출을 막기 위해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펼친 로비 의혹을 규명하는 데 핵심인물로 지목돼온 박씨가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박씨가 입을 열게 되면 그의 로비대상으로 거론되는 여야 정치인들이 내년 총선 등을 앞두고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과 10·26 재·보궐선거 등을 앞둔 정국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거물 로비스트이긴 하지만 그래도 로비스트일 뿐”이라며 “박씨를 통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건네받은 정·관계 인물을 확인하는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저축은행비리 사건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후 지난 5개월간 60명 가까이 기소하는 등 상당한 수사성과를 냈지만 구속된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나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외 거물급이 없어 수사 실적이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박씨는 부산저축은행이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으로부터 1000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개입하고 그 대가로 6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으나 “유상증자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계와 금융권 등에 두터운 인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박씨는 부산저축은행 임원·대주주와 금융권을 연결해주고 금융감독기관 등을 상대로 로비를 한 윤여성(56.구속기소)씨, 참여정부 및 호남권 인사들과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해동건설 회장 박형선(59.구속기소)씨와 함께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의 3대 축으로 지목돼 왔다.
박씨는 직업이나 활동영역, 구체적인 역할 등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왔으며 지난 3월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공개수사가 시작되기 직전 캐나다로 도피해 검찰의 귀국 요구에 불응해왔다.
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권세력 인사들과 폭넓은 친분을 맺어 왔으며 특히 정치권에 호형호제하는 인사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소망교회를 다닌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서울 강남 논현동 경복아파트 사거리 일대의 고급 음식점에서 정·관계 인사들과 자주 모임을 가졌으며, 유력 인사들의 상가(喪家)에도 종종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