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내부에서 정당 간 충분한 협의와 사전 조율 없이 결정한 정책결정이 유권자들의 선택까지 요구하는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복지정책이 남발될 것으로 예상돼 여야가 정쟁을 피하며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단계적 무상급식'과 '무상급식 전면도입'을 둘러싸고 서울시가 24일 실시한 주민투표. 이날 투표는 승자와 패자를 떠나 국내 정치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한 투표라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선심성 복지정책'을 두고 여야가 선점 효과를 위해 발벗고 나섰고, 의제설정에 실패한 쪽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부르짖으며 사회적 갈등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투표는 야권이 급식비를 전원 무상으로 지원해야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오세훈 서울 시장을 비롯한 정부·여당이 부잣집 자녀는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맞선 게 계기가 됐다.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실 관계자는 "오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연명을 위해 주민투표를 시작해 대선 불출마, 시장직 사퇴 등 지나친 모험수를 걸었다"며 "김문수 경기도지사처럼 여야 간 사전 협의를 통해 적정선을 찾았다면 182억원이라는 주민투표 비용과 사회적 갈등이란 낭비를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무차별적 무상급식이 과도한 비용 발생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 시 재정에 어려움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민투표라는 극단적인 수단으로 치닫기 전에 여야 협의를 통해 타협했다면, 여야가 윈-윈(win-win) 효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란 평가다.
문제는 내년 양대 선거다. 여야는 내년 '빅 이슈'를 앞두고 △반값 등록금 △무상교육 △무상의료 △노인장기요양보험 △전월세 상한제 △각종 감세정책 등을 두고 벌써부터 갑론을박이다.
일단 '복지' 문제가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떠올라 한나라당도 서민 정책에 집중, 큰 틀의 합의는 볼 수 있지만 각론을 두고는 대립각이 첨예하다. 이 갈등은 오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나타났듯,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는 "전면적 무상급식 정책의 선악을 떠나 여야가 충분히 사전 협의와 정책 조율을 통해 갈등없이 해결할 수 있었으나 오 시장이 무리하게 주민투표를 단행했다"며 "내년 총·대선을 앞둔 상황서 여야가 또 다시 복지정책에 대한 주민투표를 할 수 있겠느냐. 각론에 이견이 있겠지만 국가경제 발전과 미래를 감안하면 사전에 타협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