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년간 초저금리 기조"…日 경제 따라가나

2011-08-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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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신용등급 강등 이후 앞으로 2년간 이례적인 저금리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지난 9일 공식 선언하면서 미국 경제가 일본이 겪어온 길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채 수익률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잠시 회복기를 겪은 뒤 다시 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시점에서 미국은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제로금리를 한동안 유지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일본과 닮았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은 지난 1998년 '트리플A(AAA)' 신용등급을 잃으면서 이후 경제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약 10년간 제로(0)금리 정책을 폈다.

WSJ는 이어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5일 미국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리고 뒤이어 연준이 적어도 오는 2013년 중반까지 초저금리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이후 국채 수익률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따라서 채권 투자자들도 투자모델을 재구성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유사사례를 본받아 투자에 활용하는 것은 이전에도 쓰여졌지만 투자자들은 요즘 미국과 일본의 동질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짐 캐론 모건스탠리 금리정책부문 글로벌 책임자는 "여러 자료를 비교해 본 결과 일본은 매우 크고 잘 발달돼 있는, 미국과 유사한 채권시장"이라면서 "완전히 동등한 비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본이) 우리가 찾는 시장과 아주 근접해 있다"고 말했다.

과거 뉴욕 연방은행에서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하던 케네스 커트너씨는 미국과 일본의 차이점을 설명한 바 있다. 일본은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그 후유증으로 경기침체가 왔고 미국은 닷컴버블이 사라지면서 위기를 맞을 때였다. 당시 그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금융시장은 튼튼하며 미국 정부는 경제가 약화되면 언제든 이를 부양할만한 재정적 여유가 있다면서 일본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역설했다.

하지만 오늘날 윌리엄스 대학 교수로 근무하는 그는 전혀 다른 분석을 내놨다. 그는 "당시에는 미국이 잘난 체 할만도 했지만 지금은 미국이 일본과 다른 이유를 찾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요즘 월가에서는 일본이 1998년 최고신용등급을 상실한 직후 국채 금리 추세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비교하느라 분주하다.

2년 만기 미국(파란색)· 일본(빨간색) 국채 수익률 추이 (단위: %/ 출처:WSJ)
전문가들은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현재 2.23% 수준인데 향후 몇 달 내로 연간 수익률이 2%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WSJ는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가 한때 연간 수익률 1.05%를 한동안 기록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미국 단기 국채 수익률도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2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은 대략 0.15% 수준이며 미국 것은 0.18% 정도다.

윌리엄 오도넬 RBS증권 수석 채권분석가는 "일본의 국채 수익률 형성과정이 지금 우리가 찾고자 하는 것"이라면서 "먼저 단기 국채 수익률이 제로에 가까워지고 이어 장기물의 수익률도 하락하는 것은 일본으로부터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이어 최근 나타나는 또한가지 유사한 점이 있다면 미국의 재정 긴축 기조도 일본과 닮아 침체 위기에 대한 우려를 불러오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호시 타케오 경제학 교수는 일본 경제의 침체가 1990년 초반 시작돼 90년 중반에는 1997년 긴축 재정 조치 및 세금 인상을 결정할 정도로 성장세를 보였지만 결국 정책결정자들의 이 같은 조치가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겪도록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WSJ는 이어 기준금리가 제로수준까지 낮아졌다는 점에서 연준이 추가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정책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고 전했다. 커트너는 "통화정책만 가지고 경제를 제대로 회복시킬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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