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갈길 먼 상생경영

2011-08-0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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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중소기업 영역 침범’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은 대기업들이 잇따라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 철수를 선언하고 있다. 삼성ㆍ한화는 MRO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으며, SK는 MRO 계열사인 MRO코리아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키로 했다.

MRO 사업 철수 선언은 대기업들에게 사업 확장 검토 과정에서 수익성과 성장성보다는 기업의 품격과 사회적 인식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멈추지 않고 있다. 국내 굴지의 철강업체인 A와 B사는 최근 철스크랩(고철) 구매 수직계열화를 진행하면서 중소 구좌업체들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수직계열화라는 명목 아래 A사는 계열사와 협력업체에서 발생한 철스크랩을 직접 조달하고 있다. B사도 관련 협력사 공장에서 발생하는 생철 중심의 철스크랩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들 기업이 직접 조달하는 물량 만큼 시중에 유통되는 양이 줄어드는 것. 업계 관계자는 “이들 기업들의 협력사 공장에서 발생한 생철은 이미 시장에서 구경하기 어려워진 상태”라며 “주물용 스크랩을 취급하는 업체들도 구매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중소 구좌업체들과 거래해 오던 공장들이 A·B사와 거래선을 변경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오랜 기간 공장과 거래했던 소규모 상인들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조선 최고의 거상 가포(稼圃) 임상옥(1779~1855)은 ‘재상평여수(財上平如水) 인중직사형(人中直似衡)’이라는 유언을 남겼다.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는 뜻이다.

그의 유언에는 물과 같은 재물을 독점하려는 어리석은 재산가는 반드시 그 재물에 의해서 비극을 맞을 것이며, 저울과 같이 바르고 정직하지 못한 재산가는 반드시 그 재물에 의해서 파멸을 맞을 것이라는 교훈이 담겨 있다.

임상옥이 세상을 떠난 지 2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그의 유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 대기업들에는 끝없이 솟구치는 과욕을 경계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영물스런 술잔인 ‘계영배(戒盈杯)’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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