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몇몇 유럽국이 등급 강등에도 '미국을 계속 신뢰한다'는 입장을 즉각 취한 가운데 아시아, 유럽 및 중동 중앙은행들이 미 국채 보유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속속 밝혔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한 단계 강등은 무시될 수 있다"고 말했고, 프랑스도 미국과 함께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데 대한 S&P의 합리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S&P는 전날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반면 세계 최대 미 채권국인 중국의 관영 언론 신화통신은 "미국은 차입에 대한 중독을 치료해야 한다"고 말해 신용등급 강등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한국은 7일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해 발빠른 대응책을 모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블룸버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일본, 동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국가들의 정책결정자들은 달러 대비 그들의 통화가 강세를 보여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미 국채에 투자하려는 '유혹'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아시아는 외국 미국채 보유 비중에서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션 캘로우 웨스트팩 외환 투자전략가는 "아시아가 미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기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그대로 미 국채를 보유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캘로우는 이어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유동적 자산을 보유해야 하는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미 국채 시장에서 보다 더 나은 유동성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미 국채는 그간 괜찮은 수익률을 보여왔으며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투매 자산을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 국채는 그간 S&P가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해온 가운데서도 인기를 누려왔다. S&P가 신용등급 강등을 발표하기 바로 전날인 5일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2.56%로 1달 전 3.12%에서 오히려 떨어졌다(국채 가격 상승).
세계 제2위 미 국채투자국 일본의 한 정부 관계자도 익명을 통해 "신용등급 강등에도 불구 미 국채에 대한 신뢰에는 문제될 것 없다"고 밝혔다.
앞서 유럽 각국 정부들은 미 국가 신용등급 강등에도 불구하고 미 국채와 경제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3위 미 국채 투자국 영국의 빈스 케이블 상업경제부 장관은 전날 '기축통화'라는 미 달러의 특별한 지위를 강조했다.
그는 스카이뉴스 채널에 "미 의회에서 불거진 부채상한 증액을 둘러싼 혼돈의 결과로서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라며 "하지만 미국 정치인들이 (부채상한 증액에) 합의했고, 지금 미국의 입장은 매우 안정돼 있다"고 말했다.
AFP에 따르면 프랑수와 바루앵 프랑스 재무장관도 이날 성명에서 "프랑스는 미국 경제의 굳건함과 기초여건을 완벽히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RTL 라디오에 출연, "S&P가 (미 정부가 인정하지 않은) 수치들에 기초해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를 물을 수 있다"며 S&P 분석에서 2조 달러에 달하는 계산오류가 있었다는 미 정부의 반박을 지지했다. 바루앵 장관은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에서 논쟁이 있을 것"이라며 "3개 (주요) 평가회사 중 단 한 곳의 결정일 뿐이다"고 덧붙였다.
요르단 중앙은행의 파리스 샤라프 총재도 "미 국채가 채권시장에서 계속 위험 회피의 핵심 기준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따라서 "S&P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위험을 계속 감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도 대미 투자정책을 재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르게이 스토르차크 러시아 재무차관은 "러시아는 미 국채를 신뢰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미국에 대한 투자 정책을 재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