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채무한도 증액 협상을 타결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넘겼으나 수면 아래 잠겼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본질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여기에 국제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 국가신용등급을 전격 강등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다시 한 번 충격에 휩싸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미 국채를 담보로 활용했던 해외 투자기관이 신흥시장에서 자산 회수에 나설 공산도 커졌다는 것이다.
개인ㆍ기관이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1조2983억원ㆍ981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1조997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값은 이 기간 1054.50원에서 1067.40원으로 12.90원 올랐다.
◆韓 주가ㆍ환율 대외변수 취약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심화됐던 기간 동안 코스피만 아시아 주요 증시 가운데 2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가 대외변수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시장은 여타 국가보다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주가나 환율뿐 아니라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요동치는 것도 이런 영향으로 풀이됐다.
김지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는 환율에 민감한 구조를 안고 있다"며 "대형주가 대부분 수출주인 만큼 선조정받으면서 지수를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무역흑자 축소와 주가 하락, 환율 상승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유럽 재정위기 악화시 한국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원화가 글로벌 위험회피 성향이나 유로화 환율 민감도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시장에 대한 익스포져(위험노출액) 규모도 아시아 주요 국가 가운데 한국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노무라증권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독일이나 프랑스계 은행 관련 익스포져를 가장 많이 가진 국가로 한국을 꼽았다.
이 증권사 집계를 보면 프랑스ㆍ독일계 은행 관련 익스포져는 한국이 470억 달러로 나타났다. 이어 싱가포르(420억달러) 중국(410억달러) 홍콩(350억) 순으로 많았다.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점도 대외변수에 취약한 점으로 꼽혔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비중은 6월 말 기준 31%였다. 대만(32%)을 빼면 싱가포르(23.7%)나 태국(20.7%) 등 여타 아시아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외국인 韓채권 매도 가능성
S&P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1단계 하향 조정하면서 외국인은 한국 채권시장에서 단기 매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AAA 등급을 받은 국가는 미국이나 프랑스, 영국, 동일 같은 선진국이 대부분이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AAA를 받았다. 세계 채권시장에서 AAA 등급 국채 비중을 보면 미국이 59.33%로 가장 많다. 이어 프랑스(11.73%) 영국(11.07%) 독일(6.59%) 순이다.
AAA 등급 국채는 금융 거래 담보로 활용돼 왔다. 미국이 AAA 지위를 잃었다는 것은 담보 기능을 상실했다는 뜻도 된다.
해외 투자기관 입장에서 미 국채를 대체할 담보를 확보하려면 서둘러 유동성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장 손쉽게 투자 자산을 회수할 수 있는 투자처로는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이 꼽히고 있다.
홍정혜 연구원은 "미 국채 비중이 워낙 높아 다른 채권으로 대체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미 국채를 담보로 활용했던 투자 기관은 해외자산 매각을 우선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미 국채 대신 신흥국 국채가 부각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 중국이나 중동 산유국 등은 미 국채 매수를 꾸준히 줄여 왔다. 외국인이 한국 국채시장에서 보유 비중을 사상 최고로 늘리는 것도 이런 영향으로 분석됐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안이 없는 만큼 미 국채를 단기적으로 대량 매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반면 중장기적으로 보면 투자자 기호도 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