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S&P 미워할 수 없는 이유

2011-08-07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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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송지영 특파원)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결국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춘 'AA+'로 만들었다. 지구상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크고 정치·군사적으로도 최고의 영향력을 뽐내던 미국의 신용등급이 일본·중국과 같아졌다. 스페인, 쿠웨이트, 슬로베니아(이상 AA) 등과는 같은 급간에서 '+' 하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그동안 세계를 군림해온 미국은 큰 충격에 빠졌다. 우선 S&P의 정부 채무 계산법이 틀려 약 2조 달러가 차이가 난다고 정치권은 반격했다. 말끝마다 "조그만한 회사가 감히…"란 수식어를 S&P 앞에 달아 이번 일을 애써 평가 절하하고 있다.

민주와 공화당은 서로 상대방의 잘못이라고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다. 선거를 앞두고 유탄을 잘못 맞으면 결과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민주당은 "정부 부채협상에서 지출 삭감과 세수 인상 등 우리의 균형 접근법이 옳았음을 보여줬다"고 주장했고, 공화당은 "민주당이 집권하는 한 적자재정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맞받아 쳤다.

S&P의 신용등급 하향이 실물 경제에 미칠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우선 미국 정부가 재무부 채권에 지불하는 이자율이 높아진다. 즉 정부 재정의 비용 부담이 커져 결국 국가 전체 채무 규모도 늘어난다.

일반 국민들이 사용하는 수많은 융자의 이자율도 높아진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자동차 할부 등은 공식·비공식적으로 30년 만기 재무부 채권 금리에 연동돼 있다. 따라서 채권 금리가 오르면 이들 금리도 오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가처분 소득, 즉 소비 지출이 줄어들게 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신용등급 하락으로 앞으로 약 6~10%의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주가 하락은 상장사들의 투자 지출을 위축시켜 결국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국민총생산(GNP)도 감소한다. 소비가 줄고 기업이 투자를 줄이면 결국 고용도 줄게 된다. 국내 생산이 1% 하락하면 64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일들이 현실화하면 이번 일은 가뜩이나 경제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에 또 하나의 재앙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럽게 조심스러운 분석도 함께 나오고 있다. 무디스와 피치가 함께 등급 하향 조정을 하지 않으면 S&P만으로는 큰 파장이 없을 것이라는 낙관이다. 부채 협상안이 최종 타결된 지난 2일 무디스와 피치는 미국의 신용등급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고, 그 입장을 'S&P 사태' 이후에도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하향 조정은 심리적, 상징적인 것 외에는 실질적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게다가 'AA+' 등급의 정의는 "금융 의무를 매우 충분히(very strong) 수행할 수 있는"이며 AAA의 "극도로 충분히(extremely strong)"와는 거의 의미상 차이가 나지 않는다. S&P도 "두 등급은 아주 조금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인정하고 있다.

S&P는 신용 등급 하향 조정의 한 이유로 '정치적인 불안'을 들었다. 미국이 중동 국가도 아니고 정치적인 불안 때문에 신용 등급이 내려간 것이다. S&P는 부채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정가의 반목과 대결,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 등을 근거로 했다. 이 대목에 대해서는 공화당까지 나서 "설사 그랬다고 해도 앞으로도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 않냐"는 볼멘소리를 했다.

분명히 워싱턴 정가는 잘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한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했더니 어찌 보면 더 큰 고난을 던져준 S&P를 워싱턴이 지금 좋아할리 없다. 그럼에도 S&P가 워싱턴에 반성의 계기를 준 것은 분명하다. 미국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는 S&P의 결정이지만,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워싱턴 정가의 분명한 잘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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