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앞으로 29일까지 150mm 이상의 폭우가 예상된다. 지난 26일부터 현재까지 시간당 최대 110.5mm라는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은 이미 100년 만에 물 폭탄을 맞은 상황이다.
곳곳에선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서초구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16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아파트와 주택, 도로 등지에서 15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20명이 다쳤다. 강원 춘천 신북에서 산사태로 펜션이 붕괴되면서 투숙 중이던 대학생 등 13명이 사망하고 4명이 크게 다치는 등 24명이 부상했다.
정전 피해도 이어졌다. 지식경제부는 이날 중부지역 집중호우와 관련 총 86건, 12만6284호의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 발표했다.
정전 피해는 지역별로 경기가 42건으로 가장 높았다. 서울 36건, 인천 4건, 강원 3건, 부산 1건 등이 뒤를 이었다. 중부지역 집중호우로 자가 전력설비가 침수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12만6284 정전가구 중 12만4149가구의 복구송전이 완료되고 99%의 전력공급이 전개됐지만 경기북부의 2135호에는 아직까지 전력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우로 인한 피해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예측 시스템의 부재와 주먹구구식 개발이 바로 그것.
방재전문가인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면산 주변에 생태공원이니 주말농장이니 이런 걸 많이 개발하면서 토질이 약해져 토사가 유실됐다. 공원화 사업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0년, 30년 등 ‘빈도’ 개념으로 치수방재 대책을 세우는 것은 이미 구시대적 개념이 됐다”며 “1995년 이후부터 기상 현상이 새로운 패턴을 보이고 있는데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모든 치수시설 규모를 새롭게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배수관망 자체가 집중된 것이 침수 사태에 악영향을 줬다. 배수관을 분산시키고 대형 관로를 확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우면산 사고는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人災)라는 견해도 나왔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는 “충분히 예견된 사고였는데, 당국에서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로 인한 산사태로 나무 3000그루가 뽑혀 나가는 등 산사태를 막을 완충지대가 없어졌는데 당국이 대책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추석에도 서울시내에서 80곳의 절개지가 무너졌고 우면산도 그중 하나였는데 서울시의 300개 위험지역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며 “인명 피해가 없어 이슈가 되지 않았고 서울시에 의견을 냈는데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작년에 무너졌는데 올해 또 무너진 것은 예측 시스템이 전혀 가동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관청이 하는 일은 복구 위주일 뿐 사전 예방 시스템이 없다”고 꼬집었다.
기후 변화를 반영한 설계 강우량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문영일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번 비는 100년 빈도의 비가 아니라 계속 일어나는 일”이라며“강남이 큰 피해를 본 것은 강북보다 비가 많이 오기도 했고 지형적으로 물이 빠지는 속도가 느린 이유도 있지만 도시계획과도 연관된다”고 지적했다.
또“위험지구 밑에는 건축허가를 내주면 안 되는데, 강남은 새로 개발이 이뤄지는 신도시 개념이다 보니 급격한 도시개발 과정에서 경치가 좋은 곳에 집을 지으면서 비 피해는 예상을 못 했던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