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물폭탄 맞은 MB…4대강 사업 '고민'

2011-07-2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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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계속되는 중부권 폭우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폭우가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될 경우 현 정부가 명운을 걸고 추진한 4대강 사업 현장의 범람이나 시설물 파손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자신이 만든 청계천이 범람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28일 새벽 일어나자마자 하늘부터 바라보며 비 피해를 걱정했고, 아침식사를 하면서도 강우 및 피해상황을 계속 보고받고 점검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또 이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으로 출근하면서도 계속 하늘을 쳐다보면서 "이렇게 비가 많이 와서 걱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중부지방 집중호우에 대해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는 것.
 
문제는 전국적으로 폭우가 지속될 때다. 이미 지난 6∼7월 태풍 '메아리' 등의 영향으로 4대강 사업 현장에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달 25일 새벽 경북 칠곡군 '호국의 다리(왜관철교)'가 붕괴됐다. 교각 붕괴는 강바닥을 6~7m에서 3~4m만 파야 하는데 이를 무시한 4대강 공사의 과도한 준설이 원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강 살리기 공사구간도 장마 피해를 보았다. 지난 19일 충남 논산시 성봉면 금강 공사구간 수해지역을 방문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공식 회의 석상에서 "4대강 공사로 홍수피해를 입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금강을 지키는 사람들, 생명의강연구단, 4대강범대위, 시민환경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하천환경 시민공동조사단'은 최근 유등천과 대교천, 월송천, 도천, 유구천 등 금강 지천과 부여군 세도면 침수피해 현장을 찾아 피해상황을 점검했다.
 
이들은 "대교천. 치성천, 도천, 유구천, 월송천 등 대부분 금강 지천에서 역행침식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역행침식을 막기 위해 설치한 하상보호공은 유실과 재설치를 반복하고 있고, 일부 다리는 붕괴될 위기에까지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번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입었던 부여군 세도면 반조원 배수펌프장은 장마 전 공기를 맞추려고 무리한 공사를 진행하다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은 배수장과 금강을 연결하는 수로를 만들기 위해 금강 제방을 절개하면서 이번 장마에 침수피해를 입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우기를 앞두고 멀쩡한 제방을 절개하면서 이곳으로 물이 역류해 침수피해를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대전 유등천 침산보의 경우도 비가 오기 하루 전 콘크리트 타설을 하는 등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다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설치된 침산보는 이미 한 차례 사면이 붕괴됐고, 이를 복구하던 중 장마를 맞아 재차 붕괴됐다.
 
그러나 청와대는 "해마다 장마철 침수피해를 입던 지역들이 올해는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 4대강 사업 때문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폭우가 장기화될수록 이 대통령의 초조함은 더해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청계천을 방문해 폭우 피해상황을 점검했다. 청계천 다리에 올라 서울시 관계자로부터 현재 상황을 보고받은 이 대통령은 시민들의 고립이나 범람 등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부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폭우 피해가 발생하자 대통령이 청계천을 먼저 찾았다. 그만큼 초조하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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