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물난리 피해 왜 커졌나?

2011-07-27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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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물난리 피해 왜 커졌나?

(아주경제 총괄뉴스부) 26일과 27일 이틀간 수도 서울을 강타한 수해의 주범은 단시간에 일부 지역에 집중된 집중호우와 산사태였다.

시간당 최대 100㎜의 폭우가 서울 관악구, 서초구, 강남구 등 한강 이남 일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면서 인근 지역을 물바다로 만든 가운데 가뜩이나 지반이 취약한 우면산 자락 여러 곳이 산사태를 일으키면서 막대한 인명피해를 냈다.

◇ 관악·서초·강남에 집중 호우 = 이날 서울 한강 이남 지역의 운명을 가른 시간은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3시간이었다.


관악구 신림동 소재 기상 관측 장비에는 이날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3시간 동안 202㎜의 폭우가 쏟아진 것으로 측정됐다.

오전 6시부터 7시까지 시간당 36㎜를 퍼붓더니 7시부터 이후 1시간 동안은 94㎜를 들이부었다. 동별로는 100㎜를 넘은 곳도 있다. 시간당 100㎜는 100년 만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의 '물폭탄'이다.

이 지역에는 오전 8~9시까지도 72㎜가 쏟아졌다.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3시간 동안 서초구에는 161㎜, 강남구에는 142㎜의 물폭탄이 투하됐다.

같은 시간대에 노원구엔 17㎜의 비가 내렸다. 관악구와 비교하면 12배 차이다.

26일과 27일 이틀간 누적 강수량으로 보면 관악과 강남, 서초구 지역은 300~360㎜ 정도다. 서울에 400㎜를 넘어선 지역도 몇 곳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비가 많이 왔다기보다는 짧은 시간이 집중된 것이 피해를 키웠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 하천 주변 완만한 저지대…녹지도 적어 = 하천을 낀 완만한 저지대에 집중적인 개발이 이뤄졌다는 점도 강남 지역의 피해가 커진 배경이 되고 있다.

우선 신도림역 인근에는 도림천, 서초구의 양재천 등에 불어난 물은 하수구 역류 현상을 일으켜 강남 대로변과 일부 주택가를 물바다로 만들었다.

물이 불어난 강남역의 경우 원래 지대가 낮아 인근의 빗물이 모여든다. 사당역 역시 저지대다. 강북 지역의 경우 산이 많아 나무가 품어주는 물은 많고 경사가 커 빗물을 빨리 빼내는 데 비해 강남은 녹지가 적고 경사도가 낮아 치수가 더욱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연구원 심우배 연구위원은 "현재 서울은 포장도로 비중이 너무 높아 빗물을 받아주고 지연하는 역할이 너무 부족해 수해에 취약하다"면서 "공원을 만들더라도 지형적으로 오목하게 만들면 환경·조경 측면 뿐 아니라 빗물을 담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관동대 토목광학과 박창근 교수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너무 겉보기에만 치중한 결과 수해에 약한 도시가 됐다"면서 "예비비 등을 투입해 수해 예방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 우면산에만 17명 사망 = 집중호우가 여건을 조성했지만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것은 산사태였다.

특히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면산은 산사태 우범지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우면산의 지반이 암반 등으로 주로 구성된 관악산 등 인근 산에 비해 흙이 많은 육산이다. 흙이 많은 산인 만큼 집중 호우로 인한 유실 가능성이 컸다는 의미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면산에서는 지난해 9월말 200㎜에 가까운 폭우가 내릴 당시에도 산사태가 토사와 돌덩이가 인근 도로로 쏟아진 적이 있었다"면서 "아무래도 육산은 호우 때 산사태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중부를 휩쓸고 간 태풍 '곤파스'를 원인으로 꼽았다.

이 관계자는 "태풍 곤파스가 우면산을 강타하면서 나무가 뿌리째 뽑힌 사례가 많았다"면서 "이 때 불안정해진 지반이 안정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집중호우를 만나면서 여기저기 산사태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초구는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를 막기 위해 우면산 자락 세 곳에 4억8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연못(침사지)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올 초에 내놨으며 지반 복구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우면산을 관통한 터널이 가뜩이나 약한 지반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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