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국민에 진 ‘빚’ 외면하는 기업들

2011-07-2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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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공정거래다, 상생협력이다, 정부가 ‘포퓰리즘’적인 대기업 죽이기 정책을 내놓는 통에 요즘 기업하기 참 힘듭니다. 안그래도 원자재값 부담이 늘고 있는데 전기료마저 인상되고 걱정입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대기업 홍보담당자의 하소연이다. 일리는 있다. 올들어 적잖은 기업이 원자재값 인상에 부담이 높아졌다. 수출기업의 경우 원화가치 상승도 악재다. 거기에 정부는 반 대기업 성향의 여론에 호응, ‘상생협력’ 하라고 난리다.

하지만 대기업이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은 대부분 국민에 적잖은 ‘빚’을 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결코 CEO의 선견지명에 의해서만 성장한 게 아니다. 낮은 연봉을 받고도 주말도 없이 묵묵히 일한 직원, 애국한다면서 국산 제품을 애용한 국민의 힘이 없었다면 현재의 모습은 없었다. 특히 일부 는 정부의 전략적인 대기업 키우기에 의해 현재에 이르렀다. 기업에 위기가 오면 국민이 낸 세금으로 되살려 냈다. 요컨데 현재의 대기업은 국민들이 기회비용을 희생한 덕에 이만큼 컸다.

현재 정부와 국민, 중소기업의 요구는 이들 대기업이 진 ‘빚’ 일부를 돌려달라는 것에 불과하다. 이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으니 그만큼의 여력은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결코 정부와 국민이 많은 걸 바라는 건 아니다. 한국은 일본이나 유럽과 비교하면 여전히 ‘대기업 천국’이다. 최근 일본 기업들은 한국의 낮은 산업용 전력 가격, 법인세 실효세율을 들며 일본 정부에 부담을 낮춰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정부가 중소기업 좀 살려보겠다고, 물가 좀 잡아보겠다고 나서는데 글로벌 톱 수준에 오른 대기업들이 볼멘소리를 하는 건 너무 속 좁아 보인다. 그만큼 컸으면 이제 국민에 진정한 감사의 뜻을 담아 ‘빚’을 되돌려 줄 때도 됐다. 그게 정부의 지원과 내수 독과점을 통해 성장해 온 대기업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다. 이제는 훌쩍 커져 정부와 국민에 목 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기업)이 있다면 한국을 떠나라. 그 어떤 글로벌 초일류 기업도 자국 내수 시장을 버리고서는 클 수 없다는 고금진리의 법칙을 몸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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