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약세는 특히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와 스위스프랑화 가치를 기록적인 수준으로 밀어올렸다. 26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77.90엔까지 하락(달러화값 상승)했다가 78엔대 초반으로 소폭 반등했다. 엔·달러 환율이 77엔 선으로 떨어진 것은 일본 대지진으로 엔화값이 급등했던 지난 3월17일 이후 처음이다.
스위스프랑·달러 환율 역시 한때 사상 최저치인 80.06상팀(0.01프랑)까지 밀렸다 80.1상팀 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엔화값이 치솟자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엔화가 최근 대외적인 요소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시장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달러화 가치가 곤두박질친 것은 백악관과 의회의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겉돌면서 미국의 디폴트가 임박했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확산된 결과다. 의회가 부채한도를 8월2일까지 늘리지 않으면 미국은 디폴트를 선언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연설을 통해 "미국의 디폴트는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시장의 우려를 배가시켰다.
일본 최대 온라인 외환투자업체인 가이타메닷컴의 우에노 다이사쿠 사장은 이날 블룸버그에서 "미국의 디폴트는 원자력 발전소의 붕괴만큼이나 상상하기 끔찍한 것"이라며 "아무리 작아도 그럴 만한 리스크가 있다면 사람들은 달러화를 살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도 6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을 6.4470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전날에 비해 0.00333위안 내린 것으로 6년래 최저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위안화가 최대 23% 저평가됐다"며 위안화 절상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로써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중국이 지난해 6월 달러화 페그제를 중단한 이후 5.90%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