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정안에는 한국거래소와 경쟁 체제를 만들 수 있는 대체거래시스템(ATS)·거래소 허가제 도입도 포함됐다.
쉐도우 보팅제를 없애는 대신 전자투표제를 강화해 소액주주 참여와 주주총회 활성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이런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오는 8월 16일까지 20일간 입법 예고한 뒤 규제개혁위원회·법제처 심사를 거쳐 연내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판 골드만삭스 출현 기대
금융위는 한국판 골드만삭스 탄생을 위해 투자은행을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정의하면서 해당 자격을 자기자본 3조원 이상으로 했다. 이를 통해 일반 증권사와 차별화한다는 것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만 프라임 브로커 업무를 맡을 수 있다. 프라임 브로커는 헤지펀드 설립부터 자금모집, 운용자금대출, 주식매매위탁까지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회사를 말한다.
주요 업무는 유가증권 대여나 현금·신용대출, 주문체결, 청산결제, 보관, 증권대차, 발행시장참여, 리스크관리, 컨설팅이 있다.
투자은행에 대한 기업 신용공여 업무 허용은 인수·합병(M&A) 자문이나 인수, 구조화 금융, 신생기업 발굴에 여신을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데 따른 것이다.
이를 허용하는 데 따른 안전장치로는 동일인 집중시 리스크 비율 상향이나 계열사 신용공여·지급보증 금지, 기업대출 관련 한도 설정이 제시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신용공여를 특정 업권 고유업무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기업대출 업무를 전면 허용하는 것이 아닌 IB업무를 영위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경우만 허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내 IB 업무를 모험자본 공급(리스크 캐피탈)이나 기업공개(IPO) 인수, M&A 중개, 자기자본투자(PI), 프라임브로커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증권사 가운데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은 곳은 없다. 반면 자기자본 2조5000억원 이상인 대우증권·삼성증권·현대증권·우리투자증권 4개사가 자본확충을 통해 프라임 브로커 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본시장 지각변동 ATS 도입
거래소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주식 유통시장도 매매만 전문으로 하는 ATS 도입에 따라 경쟁체제로 바뀔 전망이다.
금융위는 자기자본 500억원 이상인 금융투자업자에 대해 ATS 설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매매 가능 상품은 상장주권으로 제한했다. 향후 채권까지 대상을 넓히는 것도 검토되고 있다.
ATS 지분 보유한도는 공익성 확보차원에서 출자자 1인당 15%로 정했다. 복수 증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ATS를 설립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비해 금융기관은 금융위 승인을 얻어 30%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ATS가 설립돼도 청산이나 시장감시업무는 계속 거래소에서 맡는다. 불공정거래 감시 업무를 일원화해 효율성을 높이면서 이해상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거래소 법정주의를 폐지하는 대신 허가제가 도입된다. 현행법상 '거래소 유사시설 개설금지' 조항이 '무허가 시장 개설금지'로 바뀐다. 이는 ATS가 일정 거래량을 넘어설 경우 거래소 전환을 의무화하기 위한 법리적인 대응 차원이다.
채권시장 근간인 신용평가업 규제도 현행 신용정보법에서 자본시장법으로 이관된다.
◆기업자금조달·투자자보호 강화
하락장에서도 전환 수익을 낼 수 있는 역전환사채를 비롯한 조건부자본증권·독립워런트 발행 허용을 통해 상장기업 자금조달 수단이 다양화된다.
조건부자본증권은 증권 발행시 객관적·합리적 기준에 따라 미리 정한 사유 발생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다. 독립워런트는 미리 정한 가액에 따라 신주 발행을 상장사에 청구할 수 있다.
시세조정이나 시장질서교란행위 관련 조항을 확대·신설해 불공정거래 규제 수위도 한층 높였다.
앞으로는 파생상품을 이용한 시세조정도 상장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과다한 호가관여행위(스캘핑)나 2차 정보수령자 정보이용처럼 위법성이 낮은 경우도 앞으로 행정제재 대상이 된다.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한 주주총회 중립투표제(쉐도우 보팅)는 2015년부터 폐지된다.
쉐도우 보팅은 주주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해 다른 주주 투표 비율을 의안 결의에 그대로 적용하는 제도다. 1991년 도입한 이 제도는 주총 활성화 장애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