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IMF는 이날 미국 경제 전망 리뷰 결과를 공개하면서 또 미국이 오는 10월 시작되는 2012회계연도에 채무 감축을 향한 일부 조치를 실행해야 할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대외 신용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IMF는 "미 부채와 관련, 투자자의 신뢰를 잃는다면 '전세계적으로 크고 부정적 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로드리고 발데스 IMF 선임 고문은 기자들과 통화하면서 "미국 신용 등급 강등에 따라 금리 상승으로 차입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세계 금융시장에서 중심 역할을 해온 미 국채의 위상이 흔들림으로써 전세계적으로 상당한 타격이 가해질 위험도 크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IMF의 지적은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이 설사 부채 한도를 단기적으로 높이는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고질적인 적자 감축의 장기 방안이 마련되지 못하면 그간 부여해온 'AAA' 등급을 'AA' 범주로 낮출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후 나온 것이다.
IMF는 "(IMF) 이사회가 채무 한도 상향 조정의 시급성을 강조했다"면서 이와 함께 "중기적인 (채무) 감축 프로그램이 광범위하게 합의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고 밝혔다.
리뷰는 감축 프로그램과 관련해 "건강보험 비용 추가 삭감과 세금 지출을 줄이는 것을 포함한 세입 증대 등 분명한 개혁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 사이클을 추적해온 권위 있는 이코노믹사이클리서치인스티튜트 공동 창설자인 락시만 아추탄도 로이터에 "채무 위기로 인해 미약한 성장이 더욱 위축되곤 했다"면서 미국 역시 "경기 둔화에서 (더 악화해 또 다른) 침체로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IMF 리뷰는 이와 관련해 "과다하게 채무를 감축하면 가뜩이나 움츠러든 내수와 성장 동력이 더 냉각될 것이기 때문에 거시경제적 측면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안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미국의 부채협상이 결국 타결돼 채무불이행(디폴트)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면서 "그렇더라도 (장기적인 채무 감축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AAA' 등급이 매우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엘 에리안은 25일 블룸버그TV 회견에서 "미국의 디폴트는 재앙이 아닐 수 없다"면서 그렇게 될 경우 주식과 미 달러 투매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원자재 시장도 금을 제외하고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문제는 (현재로선 기축 통화국인) 미국을 대체할 나라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라면서 핵심은 오랫동안 세계 경제의 '기준'이 돼온 "미국이 AAA 등급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날 아시아 순방 마지막 방문지인 홍콩에서 "부채 협상이 결국 타결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미국의 장기적 재정 상황도 궁극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의 빅토리아 룰랜드 대변인도 중국 외의 다른 나라들도 미국의 부채 협상이 언제 타결될 것인지를 질문해왔다고 이날 밝혔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채무 위기로 아시아 주요 교역국인 한국과 대만의 수출이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물경제학자들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지난 2분기 성장이 전분기의 4.2%에서 3.5%로 둔화한 것으로 관측됐다고 25일 보도했다.
대만도 유사한 조사에서 1분기 6.55%였던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2분기에는 4.5%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유로존의 채무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국과 대만의 수출도 추진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