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등에 따르면 유로존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정상회담을 마친 뒤 내놓은 성명에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에 1090억 유로를 지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은행을 비롯한 민간채권단이 다양한 방안들을 통한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2011~2014년 3년간 그리스 채권의 환매(바이백·buyback) 126억 유로를 포함해 496억 유로를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1~2019년을 대상으로 하면 민간채권단의 순 기여분은 총 1060억 유로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민간 채권단이 유로존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은 이와 관련한 논란이 많았음을 의식 "민간채권단 참여는 그리스에 한해 1회성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간 기여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으나 국제은행협회(IIF)는 바이백, 채권 교환, 롤오버 등이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EU 차원의 2차 지원은 유럽 구제금융 체계인 유럽재정안정기구(EFSF)를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로존이 지난해 5월 약속한 기존 구제금융은 유로존 회원국들과 그리스 정부 간 양자 계약을 통해 이뤄졌다.
EFSF에서 지원할 그리스 구제금융 조건은 만기의 경우 10년 유예기간을 포함해 최소 15년에서 최대 30년으로 하고 금리는 3.5%를 적용키로 했다. 이는 그리스 뿐 아니라 앞서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에도 적용된다.
이자로 인해 전체 부채 규모가 늘어나고 대출만기가 짧아 상환 압박을 받고 있는 그리스가 시간 여유를 가지고 상환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숨통을 터준 조치다.
유로존 정상들은 또 그리스 지원 프로그램과 함께 유로존 재정 위기가 다른 국가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들도 합의했다.
정상들은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적용되지 않은 국가에 대해서도 예방적 성격의 지원과 은행 구제금융 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유통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할 수 있도록" EFSF에 유연성을 높이기로 했다.
현재 4400억 유로의 대출 여력을 지닌 EFSF가 재정 위기 전이가 우려되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 대해 필요할 경우 자금을 지원하거나 시장에서 직접 이들 국가의 국채를 매입해 시장 불안을 진정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유로존 정상들이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을 '부분적 디폴트(SD)'로 낮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민간채권단의 손실분담을 포함함에 따라 향후 시장의 반응과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신용평가사들은 민간채권단의 지원 참여는 손실을 의미하는 것인 만큼 어떤 형태가 되든 결국 '부분적 디폴트'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이와 관련해 유로존은 성명에서 민간채권단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자발적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으며, 국제금융연구소(IIF) 역시 "민간 채권자들의 90%가 참여할 이 계획은 투자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기반해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IIF는 세계 각국 320여 개 민간 은행 및 투자회사들을 회원사로 한 민간 국제금융기관 연합체이며, 이번 유로존 정상회담에서 민간채권단 기여와 관련한 협상을 중재해왔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번 합의에 대해 매우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으나 이로써 그리스의 신용등급이 사실상 디폴트에 처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예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로존은 그러나 그리스가 만기가 돌아온 채권 가운데 일부만 일시적으로 상환을 미루고 EFSF 등의 구제금융을 통해 나머지 채권을 상환하고 채무재조정을 하기 때문에 그리스의 신용등급이 잠시 동안만 선택적, 즉 부분적 디폴트 등급에 머무르다 다시 상향조정될 것이며, 완전한 디폴트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