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재범 기자) 포르노를 소재로 여성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허은희 감독의 데뷔작 ‘심장이 뛰네’가 마침내 공개된다.
지난해 하반기 여러 해외 영화제에서 연이은 수상과 호평을 받은 이 영화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던 대학 교수 ‘주리’(故 유동숙)가 포르노 배우가 되길 결심한 뒤 벌어지는 한 여성의 내적 성장 과정을 그린다. 지난해 신종플루로 사망해 팬들을 안타깝게 한 고 유동숙의 유작이다.
마침내 포르노 배우로서 첫 촬영을 나선 그녀는 가슴에 큰 흉터가 있는 남성 파트너 ‘별’을 만난다. 그녀의 멈춰있던 심장은 ‘별’과의 만남을 통해 천천히, 다시 뛰기 시작하며 여자로의 자각을 시작한다.
“아무도 자고 싶다는 사람이 없어요” “우리가 뭐,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사나. 섹스가 뭐가 다른데”란 영화 속 주리의 대사는 섹스가 곧 인간의 본능이고, 여성도 똑같은 욕구가 있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부산영상위원회는 2009년 ‘장편 극영화 제작비 지원작’으로 ‘심장이 뛰네’를 선정하며 “여성의 성과 나이에 대한 성찰이 돋보이며 여주인공의 내적 변화와 포르노 업계에 대한 묘사가 설득력 있다”면서 “시나리오의 구성과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영화 속 포르노 업계 묘사는 연출을 맡은 허 감독이 미국 유학 시절 실제 포르노 영화 현장에서 스태프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은 경험을 녹여낸 것이다.
‘심장이 뛰네’는 완성 1년 여 만에 국내서 개봉을 하지만 이미 해외 여러 영화제에선 큰 호평을 받아온 작품이다. 로마국제영화제, 필라델피아 독립영화제, 로스엔젤레스 국제영화제 등에서 연이어 상을 거머쥐며 연출을 맡은 허 감독을 주목케 했다.
주연을 맡은 유동숙의 충격적인 사망 소식 역시 영화팬들로 하여금 이번 영화를 주목케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로마국제영화제에 참석하고 귀국한 유동숙은 신종플루 증상으로 쓰러져 입원 9일 만인 같은 달 11일 폐렴에 의한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영화제 당시 빼어난 미모로 기자단의 요청을 받아 두 번이나 포토존에 선 유동숙은 당시 입고 있던 금빛 드레스가 해외 명품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Made by my Mother(어머니가 만들었다)”고 말해 국제적인 주목을 끌기도 했다.
오는 24일 폐막하는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비전 익스프레스’ 부문에 공식 초청됐으며, 28일 정식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