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2년이 지난 지금, '불행히도' 포천의 예측이 들어맞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현재 미국의 빚은 14조3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2010년 미국의 GDP(국내총생산) 14조6500억 달러 대비 97.9%에 달한다. 국가채무 과다 논란이 있는 우리나라의 국가 부채가 GDP대비 30%대인 점과 비교하면 미국이 빚이 얼마나 많은가를 알 수 있다.
미국 국민 1인당으로 따져보면 4만6000달러로 우리 돈 5000만원에 육박한다. 4인 가족 기준으로 가구당 2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빚이 많은 것도 많은 것이지만, 빚이 쌓인 과정도 좋지 않다. 빚을 내 빚을 갚는 악성 구조다.
게다가 대부분 외국으로부터 빌려 쓰는 것도 문제다. 미국은 돈이 필요할 때 국채를 발행해서 조달한다. 달러화가 기축통화라는 점에 안주, 열심히 일해 돈을 버는 대신 채권 발행으로 메워 온 것이다. 그것을 경상수지 흑자국인 중국, 일본, 우리나라가 구입을 해 왔다.
일본은 국가 빚이 GDP의 2배에 달하는 나라지만 채권자는 외국이 아니라 일본 국민이 대부분이다. 국민들의 돈으로 빚을 털 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그럴 수가 없다. 외국인 채권자의 비율이 30%가 넘는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미국의 부채는 국가 채무의 법정한도(法定限度)마저 넘어섰다. 한도는 14조2940억 달러다. 디폴트(default, 채무불이행)선언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미국 재무부가 다음달 2일까지 채권발행을 유예, 임시방편으로 버티고 있다.
의회가 채무한도 증액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디폴트 상황이 불가피하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악영향을 받게 되고, 조달비용은 올라갈 것이다. 중국 등 채권국과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고 달러화의 가치는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금융시장이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
물론 미국 의회가 결국엔 채무한도 증액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 설령 의회가 정부의 증액 요청을 당장 받아주지 않더라도 미 정부는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예치해 둔 현금 1000억 달러와 2000억 달러 규모의 특수목적 차입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시간을 벌 수 있다. 이후에도 4000억달러 어치의 금과 800억달러 어치의 석유 등 미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다소 남아 있다.
문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느냐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세수(稅收) 증대와 정부지출 감소를 유도하는 정책이 동원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의 재정적자 문제는 해결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경기침체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여건이 녹록치 않은 또 다른 이유다.
더욱 더 큰 문제는 현재의 상황이 미국의 쇠락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는 국제 경제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은 최근 금융위기의 근원지로서 이미 그 위상이 상당히 추락했다. 미 달러화의 속락이 이어지고 있고, 국제 신용평가사의 잇따른 경고까지 받는 굴욕을 당했다.
세계를 호령했던 유일 강대국 미국이 빚더미에 앉아 있다는 사실. 이는 그간 미국에 의해 지탱돼온 국제질서가 붕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이후 이미 세계 각국은 새로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미국의 경상적자, 그리고 경상수지 흑자국들의 미국채 매입으로 굴러가던 기존 시스템은 미국의 채무한도 증액을 기점으로 옛날의 동력을 크게 잃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허리띠를 졸라 매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위기 이후 미국은 자체적인 한계, 미흡한 문제해결 능력을 노출했다. 그 과정에서 아시아, 남미의 신흥국들이 부상했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그동안 미국이 통제했던 국제질서의 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새로운 국제기축통화 창설을 비롯, 여러 논의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전후 70년을 버텨온 국제질서가 변곡의 기로에 서 있다.
박용하 산은경제연구소 경제조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