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바퀴 도는 자전거 정책> 상암DMC 공공자전거 타보니…시스템 장애로 '먹통'

2011-07-1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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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자체별 중복 설치로 예산 낭비 심각<br/>영어 안내만 있어 中·日 관광객 이용 못해

지난 9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DMC) 인근의 한 공공자전거 대여소 무인대여시스템 화면에 '통신장애로 서비스 일시 중지'라는 문구가 보이고 있다. 무인대여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서울시의 공공자전거는 통신 장애가 일어날 경우, 자전거 이용이 불가능하다.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캐나다와 프랑스 등 해외 자전거 이용 선진국을 벤치마킹해 서울을 세계적인 자전거 도시로 발돋움시키기 위해 도입했다는 서울형 공공자전거.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와 영등포구 여의도 지역 43곳의 대여소를 설치, 작년 11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자전거 440대가 마련돼 운영 중에 있으며 지난달 이용 건수가 10만건을 넘어설 정도로 이용객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 집중된 시설과 대여시스템 오작동, 자전거 탈착 불량 등 각종 문제로 이용객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또 외국어 안내는 영어가 유일해, 외국 관광객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중국이나 일본 관광객은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일 이용해 본 서울 공공자전거는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공공자전거 대여소를 찾는 것에서 빌리는 일까지 손 쉬운 것이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불편한 것은 대여소 찾기였다. 상암DMC에서 공공자전거를 타기 위해 지하철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내렸지만 대여소는 눈에 띄지 않았다. 총 18곳개가 설치돼 있다는 말만 듣고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다.

인터넷에서 미리 위치를 확실히 파악하지 않는다면 처음 이용하는 사람이 대여소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하철역 안내판 등에도 필요한 정보를 구할 수가 없었다. 15분 넘게 지철역을 돌아다니며 대여소를 찾아보았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

인근의 월드컵경기장으로 향했다. 대형 운동시설인 만큼 아무래도 공공자전거 대여소가 설치돼있을 것 같았다. 정문을 통해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지만 대여소는 역시 보이지 않았다.

경기장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반대편에 공공자전거 대여소가 있다고 했다. 다시 10분 정도를 걷자 자전거가 쭉 세워져 있는 대여소가 눈에 들어왔다.

온몸이 땀에 젖었지만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는 생각에 참기로(?) 했다. 하지만 대여시스템 화면을 보는 순간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 시스템이 통신 장애로 먹통이었던 것.

휴일 오후 자전거로 한강변을 달리며 시원함을 만끽하려던 바램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곧 짜증이 밀려왔지만, 혹시나 해서 다른 대여소를 찾아 나섰다.

다시 20여분을 걸어 한 아파트 단지 옆에서 다른 대여소를 발견했다. 다행히 자전거 2대가 놓여 있었지만 역시 통신 장애로 자전거를 빌릴 수 없었다.

대여소 자체도 이곳 저곳이 녹슬어 지저분해 보였다. 설치된 지 반년 정도밖에 안됐지만 녹이 슨 모양이 설치만 해놓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듯 했다.

공공자전거 이용을 포기하고 월드컵공원으로 행했다. 월드컵공원 입구 근처에 도착하자 서울시의 공공자전거 대여소와는 다른 모습의 자전거 대여소가 보였다.

바로 마포구가 설치한 공공자전거였다. 시와 구청이 공공자전거를 이중으로 설치해 놓은 것이었다. 이용률도 낮아 보였다. 휴일 오후였지만 자전거 대부분이 거의 그대로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서울시와 (마포)구청에서 설치한 공공자전거뿐 아니라 월드컵공원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있다”며 “시민들이 자전거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렇게 체계 없이 중복적으로 설치하면 예산 낭비가 심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시 마포구청에서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설치한 공공자전거 대여소. 이 근처에는 서울시의 공공자전거와 월드컵경기장 내 공공자전거 등 여러 공공자전거 시설이 중복 설치돼 있다.

무인대여 시스템 자체도 아쉬운점이 있었다. 월드컵경기장은 중국이나 일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 이곳에 설치된 공공자전거 시스템에는 한국어와 영어로만 안내를 하고 있었다. 영어를 하지 못하는 관광객은 공공자전거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것.

이날 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중국인 장팡(張芳)씨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자전거를 타고 여러 곳을 방문할 수 있다면 재미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어 안내가 없어 공공자전거를 어떻게 빌릴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공공자전거란 = 서울시가 교통체증을 줄이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언제, 어디서나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입한 무인대여시스템이다. 회원제와 비회원제로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회원제는 연회원·6개월 회원·월회원·주회원으로 구성되며, 대여횟수에 관계 없이 한번 빌릴 때 1시간까지 무료다. 이후 30분이 넘을 때마다 1000원의 추가요금이 부과된다. 비회원은 자전거 대여소에서 1일 이용권을 구입하면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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