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나라를 온통 비리 공화국으로 내 몰았던 저축은행 비리에 이어 공직자들의 향응 제공 요구 등으로 공직기강 확립이 요구 됐고 감사원도 여기서 자유스럽지 못했다.
감사위원들의 저축은행 비리에 연류 또는 접촉에 이어 피감기관 직원들로부터 향응제공이 잇따라 터지면서 감사원이 ‘감사원운영 개선안’을 만들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세금이 잘못 사용되는지 감시해야 할 감사원 직원들이 부패의 중심에 섰다. 감사원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의를 구성하는 6명의 감사위원(차관급) 중 1명이 옷을 벗었고, 2명은 직무상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감사원의 추락은 저축은행 사태 전부터 이미 조짐이 있었다. 전 정권에서 대통령과 학연.지연관계로 두 단계 이상 진급해 사무총장에 임명된다. ‘줄 잘 서면된다.’는 정치풍토가 서서히 스며들었다. 그 결과 오늘의 부패된 감사원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런 점을 감안한 감사원이 일단 ‘감사운영개선대책 TF’를 꾸리고, 재발 방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감사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부당한 압력이나 로비를 받으면 즉시 감찰관에게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 등 감사관 개개인의 독립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감사원이 개선 방안은 내놓지 않고 지난 1주일 밀린 숙제를 한꺼번에 하듯이 매일 감사 결과 또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7일 교육과학부 30개 등록금 조사, 국민연금 간부 증권사 등급조작(6일), 캠코 대학 등급 매겨 직원 차별 채용(6일), 인천공항공사 자사고 시교육청 기부 요구(5일), 연구기관 R&D관리 허술(4일), 감사 투명성 강화 기강 확립(3일), 감사원 대규모 공직기강 특별 점검 착수(1일) 등이다.
이 모든 감사가 하루에 다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최근에 감사 발표를 몰아서 내 놓았다. 이는 감사원의 허물을 덮기 위한 방법으로 피감기관의 비리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감사원은 그동안 공무원들의 사소한 예산 집행의 잘못이나 비리를 찾아내 서릿발같이 징계하고 고발할뿐더러, 공직 사회에 전관예우에 따른 부당한 업무 처리가 있는지도 감사했다.그러면서도 자기들은 외부의 감사를 받지 않은 채 깨끗한 듯 행동해왔다.
감사원이 자신들의 잘못을 청산하고 앞으로 나갈 감사운영개선대책을 내놓지 않을 시점에서 국가 예산 집행을 제대로 했는지 감사 할 수 없을 것이다.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잡는 추상같은 영(令)을 더더욱 세울 수 없을 것이다.
감사원이 누구나 이해갈 수 있는 개선과 운영방안도 내놓지 않은 채 남의 눈의 가시를 뽑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 “너나 잘하세요.”라는 조롱도 나오고 있다. 이런 내용을 정녕 감사원만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체하고 다른 사람의 비위를 앞세워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 또 다른 잘못을 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감사원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부패와 특권은 축출돼야 하며 권력은 정의로워야 하고 시장은 공정해야 한다. 피감기관에 대한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을 엄정하게 하려면 감사원 직원들부터 독립성 이외에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겸비해야 한다.
그 조직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감사원은 판을 새로 짜는 자세로 비리 방지와 신뢰확보 방안을 먼저 내놓아야 할 것이다.
(아주경제 양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