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유사가 암묵적인 합의 하에 주유소 점유율 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담합 과징금을 부과받은 상황이어서, 이번 대형 거래처의 상표이전이 더욱 관심을 끈다.
서울에서 판매량 1위인 광진구의 능동주유소(자영점)가 1일 상표를 바꿨다. 기존 S-OIL에서 SK에너지로 거래처를 바꾼 것이다. 능동주유소 관계자는 “소유주가 바뀌면서 거래처도 바꿨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능동주유소는 월 평균 판매량이 1만5000드럼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전국에서도 최고 수준에 달하는 판매량이다. 통상 주유소의 월 평균 판매량이 1000드럼을 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하면, S-OIL은 15개의 주유소를 한꺼번에 SK에너지에 뺏긴 셈이다.
S-OIL로서는 대형 거래처가 이탈한 것에 따른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노른자 상권’인 서울에서의 거래처 이탈은 더욱 치명적이다. 정유사들은 수익적인 면이나 상징적인 이유 때문에 서울에서의 점유율 확보에 더욱 각별히 신경써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능동주유소처럼 대형거래처의 폴(상표)전환은 드문 일”이라며 “SK에너지와 S-OIL 간에 합의가 이뤄진 게 아니라면 이번 일로 양측의 신경전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SK에너지는 최근 직영 주유소를 임대나 매매 형태로 처분해왔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직영점을 처분해 확보한 자금으로 자영주유소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수익성이 나빠진 내수판매의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는 체질개선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최근 정유사의 주유소 원적지 관리에 대해 담합 판정을 내린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그간 경쟁을 회피하기 위해 주유소의 상표 전환을 제한해 왔다. 부득이 상표를 바꿔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정유사 간 비슷한 판매량의 주유소를 맞교환하는 것으로 경쟁을 피했다. 이와 관련 이번 대형 거래처 이전이 정유사 간 ‘폴 전쟁’이 촉발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