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는 건국대 물리학부 박배호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정영 교수가 주도한 연구팀이 '기계적 박리법'을 통해 분리한 그래핀에서 미세한 주름 구조와 주름 방향이 다른 구역(도메인)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그래핀은 흑연의 탄소원자 배열과 같은 모양이지만 두께는 원자 하나 정도에 불과한 2차원의 탄소 나노 구조체를 말한다.
쉽게 말해 보통 흑연에서 한 겹의 원자층을 벗겨낸 것으로, 전자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전도성이 매우 좋은 데다 강도 등 물리적 성질도 뛰어나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기계적 박리법은 접착용 테이프를 이용해 흑연에서 한 겹의 그래핀 막을 떼어내는 방법. 그래핀 조각을 얻는 가장 일반적 기술이다.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안드레 가임 교수가 2004년 처음 이 방법을 고안해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연구팀은 기계적 박리법을 통해 얻은 그래핀 박막을 원자힘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e)으로 관찰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특성이 같은 하나의 그래핀 조각 위에서도 마찰력이 현저히 다른 구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원자힘현미경은 아주 가는 바늘(마이크로 탐침) 끝의 원자와 시료 표면 원자 사이에 작용하는 반발력을 이용해 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단위에서 표면 상태를 스캔, 촬영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그래핀 표면에서 원자힘현미경의 탐침이 진행할 때 수월한 부분과 더 많은 힘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의 원인이 탐침의 진행 방향과 그래핀 표면 잔주름 방향이 같을 경우 혹은 직각 방향인 경우의 차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적절한 열처리 공정을 거치면 이런 구역 구분이 없어지고 그래핀 표면 전체가 일정한 마찰력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그래핀이 완벽한 2차원 구조의 소재임에도 이론적으로 예측된 이상적 특성들이 실험에서 완전하게 구현되지 못하는 이유가 이 주름 구조 때문으로 추정되는데, 열처리 공정 등을 통한 제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박배호 교수는 "그래핀의 주름 구역 존재와 주름 구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휘어지는 전자소자 등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논문은 권위 있는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실릴 예정이며, 앞서 '사이언스 온라인 속보(Science Express)' 7월 1일자에 소개됐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