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맘에 안 들어도 재밌는 경기였습니다."승부를 가리지도 못하고 웃는 감독은 없다.
하지만 최용수(38) FC서울 감독 대행과 황선홍(43)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11일 정규리그에서 1-1 무승부를 거두고도 만족스러워 했다.
물론 경기 내용만 두고 봤을 때라는 조건이 따랐다.
이날 경기가 치러진 서울월드컵경기장은 4만 명이 넘는 구름 관중이 몰렸다.
한국 축구를 주름잡던 골잡이 출신의 사령탑 간 대결이라는 둥 선수 시절 두 사람의 별명을 따 '독수리'와 '황새'의 그라운드 밖 싸움이라는 둥 이번 경기는 열리기 전부터 축구팬들의 지대한 관심을 잡아끌었다.
비록 승부를 보진 못했으나 두 사령탑은 화끈한 공격 축구를 펼쳐보인 점을 흡족해했다.
최용수 감독 대행은 경기를 마치고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공격 축구를 했다. 승패와 상관없이 좋은 경기였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5년 선배인 황선홍 감독은 상암 구장을 가득 메운 서울 팬들에게 먼저 감사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황 감독은 "최근 승부조작 파문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해 나 역시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면서도 "많은 관중 앞에서 오랜만에 재밌는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최 감독 대행은 최전방 용병 3인방에 대한 굳은 믿음을 거듭 나타냈다.
이날 몰리나는 결정적인 기회를 두 차례 맞이했으나 정확한 슈팅에도 공은 골문을 빗나가거나 골키퍼 손에 걸리는 등 필요한 한 방을 터트리지 못했다.
최 감독 대행은 "이들은 K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다. 득점을 하지 못하더라도 높이 평가할 만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날 선제골을 넣은 데얀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지 않느냐는 질문엔 "주위 동료가 골을 못 넣을 뿐이지 데얀은 어시스트 능력이 탁월하다"는 말로 되받았다.
최근 정규리그 1무2패에 그친 것과 관련해선 매 경기 실점하는 게 큰 문제라며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북 현대와 선두 싸움을 벌이는 포항의 황 감독은 순위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황 감독은 "이제 정규리그 반도 안 지났기 때문에 매번 승점 차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최근 들어 공격적 플레이가 살아나지 않아 고민은 많이 했었다"면서 "하지만 오늘 플레이는 포항 만의 공격 색깔을 잘 보여줬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그는 이날 왼쪽 측면에서 매서운 공격력을 보인 고무열에 대해 "점점 안정적이고 꾸준한 플레이를 해주고 있어 앞으로도 눈여겨볼 선수"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