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AP에 따르면 파판드레우 총리는 전날 그리스 일간 에스노스에 게재된 회견에서 "현재 상황으로는 그리스가 내년에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차입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모두 1100억 유로를 지원받기로 한 그리스는 그 조건의 하나로 내년에 최소한 170억 유로를 차입해야 한다.
파판드레우는 그리스가 재정 흑자를 회복하기 전까지는 정상적인 시장 차입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으나 구체적으로 언제쯤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또 구제금 가운데 5차 인도분이 예정대로 전달되지 않을 경우 그리스가 상환해야하는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시인했다.
그리스가 기다리고 있는 5차 지원금 20억 유로의 전달 여부는 EU와 IMF, 유럽중앙은행(ECB)이 다음달까지 실사를 벌인 뒤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리스 경제 일간지 카티메리나는 지난 20일 EU-IMF-ECB 평가팀이 그리스로부터 추가 긴축 조치와 국유자산 민영화 세부 계획을 전달받기 전까지는 평가를 끝낼 수 없다는 점을 그리스 정부에 통보했다고 보도해 결정이 늦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파판드레우의 발언은 그리스가 당초 내년에 차입할 수 있길 기대한 아마도 최소한 170억 유로를 추가 지원받길 원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라고 AP는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유로권 지도자들은 그리스의 채무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임을 거듭 내비쳤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전날 독일 주간지 빌트암존탁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당장의) 위기를 결국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고 나면 그리스가 내년에 상환해야하는 채무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그룹 의장인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겸 재무장관도 이날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리스가 예산을 더 긴축하면 소프트 채무 구조조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렇게되면 그리스의 공공 및 민간 채권 상환을 연장하고 (구제금) 금리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로이터가 앞서 실물경제학자 28명과 15명의 펀드매너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리스가 채무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이는 3명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