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난징에서 북서쪽으로 방향 틀어

2011-05-24 17:38
  • 글자크기 설정
중국을 방문한 이후 남행을 계속해오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중 5일째인 24일 방향을 북서쪽으로 틀었다.

김 위원장은 24일 2박3일간 체류했던 양저우(揚州)에서 난징(南京)으로 이동한 후 난징역에서 특별열차를 타고 상하이 쪽이 아닌 아닌 북서쪽으로 향했다.

김 위원장의 동선으로 미뤄 방중일정이 일주일 정도, 길어도 열흘 이내일 것이라는 추론이 맞는다면 김 위원장은 일정의 중반에 난징을 여정의 터닝 포인트로 삼은 셈이다.

이날 난징을 떠나기전 김 위원장 일행은 신도시인 허스(河市)와 판다(熊猫)전자를 둘러봤다.

이날까지 김정일 위원장은 이동과 체류에 많은 시간을 썼다. 기차 여행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닷새간의 방중기간 이동에 들인 시간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또 처음으로 기차가 아닌 곳에서 밤을 보낸 한 양저우에서는 2박을 하면서 주로 영빈관 안에 머물렀다.

이동과 체류를 제외한 남은 시간은 기업체 방문, 김일성 혁명유적지 방문 등으로 채워졌다.

지금까지의 이런 행적으로 보면 이번 방중이 초점이 중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배우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지난 22일 김 위원장의 방중초청 이유를 중국의 발전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북한의 발전에 활용하기 위한 기회를 얻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 일행은 지금까지의 방중기간 창춘의 이치자동차, 양저우 한장개발구의 징아오 태양광을 포함한 3개 IT업체, 대형 할인매장, 난징의 판다 전자를 둘러보는 등 시찰하는 등 경제시찰 활동을 계속했다.

김 위원장이 상하이나 광저우, 선전 등과 같은 중국이 경제발전상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을 찾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중국의 경제경험 배우기가 이번 방중의 주요 목표인가 라고 의심할 수는 있지만 김 위원장은 상당히 주의깊게 방문지를 선택한 것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대형업체와 중소형 업체, 첨단 업체 등을 골고루 돌아본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또 대형마트를 돌아보며 자유경제의 핵심인 시장을 체험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처럼 중국의 다양한 기업들이 실상을 들려다보면서 현실적으로 북한에 적용할 수 있는 중국기업들의 경험이 무엇인지, 중국기업들과의 경제협력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를 검토했을 것이다.

특히 창춘의 이치자동차는 북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김 위원장이 중국 산업체를 시찰하면서 투자유치와 북한과의 합작 등도 염두에 뒀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인사는 “김 위원장은 이치자동차나 판다전자 등 대형 업체 뿐 아니라 중소형 IT 업체를 둘러보며 중국의 경험을 북한경제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구상했을 것으로 추론된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의 김 위원장의 여정으로 볼 때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 것은 양저우에서 2박3일간의 체류다. 국경을 넘은 이후 빠른 속도로 움직였던 김 위원장은 양저우에서 무려 2박3일을 지내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이 기간 그는 양저우의 한장개발구, 대형마트를 둘러본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영빈관 안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은 양저우에 머무는 동안 이 곳이 고향인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북한의 후계체제 구축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장 전 주석을 이 기간에 만났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만일 만났다면 고(故)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을 상대하며 북한의 세습체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 데다 혁명 원로들의 후손으로 구성된 태자당과 인적 구성이 상당부분 겹치는 상하이방의 대부인 장쩌민에게 후계체제 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

2박3일간의 양저우 방문을 통해 이번 방중 목표중 하나로 거론됐던 안정적인 후계승계 문제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의 후반 방중 행보는 경제 행보 등과 함께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북중 정상회담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식량지원을 포함한 경제협력 활성화와 한반도 핵문제 등 방중 성과의 주요 현안들이 정상회담을 통해 결정된다.

난징에서 방향을 틀었다는 점으로 미뤄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에 따른 북중 정상회담은 베이징에서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김 위원장이 난징에서 바로 북상하든 내륙지방을 거치든 베이징을 경유해 귀국할 공산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