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생산이 중단된 유성기업은 충남 아산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매출 2300억원의 자동차 부품사다. 전체 직원은 761명. 규모만 놓고 보면 현대·기아차 협력사 중에서도 작은 축에 속한다. 하지만 이 회사가 생산하는 부품은 피스톤링, 실린더라이더, 캠 샤프트 등 엔진 계통의 핵심 부품이다. 더욱이 현대·기아차와 한국지엠은 전체의 70%, 르노삼성과 쌍용차 역시 각각 50%, 20%를 이 곳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이 곳 공급이 계속 중단되면 대한이연으로부터 공급받는 소형 일부 제외한 대부분 생산라인은 24~25일께 ‘올스톱’ 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재로썬 파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지엠도 비슷한 시기에 재고가 바닥나 일부 공급 가능한 애프터서비스(AS) 물량으로 틀어막는다는 계획이다. 르노삼성도 중형 SM5 2.0 모델의 캠 샤프트 재고가 4일 내 중단된다. 쌍용차만 7월 중순까지 여력이 있는 편이다.
일이 커지자 만약의 경우를 대비 못한 완성차 업체들의 대응 미비도 지적하고 있다. 전체 물량의 70%를 의존하면서도 공급 대체선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두 달 전 일본 지진 사태로 완성차 업계의 부품 공급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했음에도 이 같은 문제가 벌여졌다. 문제가 되는 피스톤링은 자동차 엔진의 피스톤과 실린더 벽 사이에 공기개 새지 않도록 하기 위해 끼우는 고리 모양의 부품으로 주요 부품이긴 하지만 첨단 기술을 요하는 정도는 아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충분한 재고물량 확보, 복수 공급선 지정, 응급조치 플랜이 없었다는 점에서 현대.기아차가 시스템에 큰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주 중 유성기업의 생산중단 사태가 끝나지 않을 경우 국내 완성차 업계 전반에 막대한 손실을 끼칠 전망이다. 더욱이 일본업체의 부진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관련 협회가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이날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국가경제에 미칠 파급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공권력 투입 등 엄정한 법 조치로 즉각적인 회복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