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컨설팅업체 우드맥켄지에 따르면 2000~2009년 유전탐사업체들이 투자한 3300억 달러 가운데 6%가 석유 탐사가 한번도 이뤄지지 않은 미개척 지역에 투입됐다. 2009년 기존 유전지대에 대한 시추가 급감한 데 반해 서아프리카 상투메섬과 우간다의 앨버트호수, 이라크 북부의 쿠르디스탄 등 미개척지에 대한 유정 시추는 81곳에서 115곳으로 크게 늘었다.
앤드류 프라이 골드만삭스 유럽·중동·아프리카지역 석유 담당자는 "석유 탐사에는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리스크가 큰 지역에서 성공한 경험이 있는 탐사자를 물색한다"며 "대기업들도 더이상 유정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없어 더 큰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천연가스업체 레인지리소시스의 피트 란도우 최고경영자(CEO)는 2006년 초 내전이 한창이었던 소말리아로 석유 탐사에 나섰다. 그는 반군의 테러위협을 감수한 덕분에 지난달 30억배럴이 넘는 원유를 개발하기로 하고 3200만 달러를 조달했다.
영국 정유사 BP가 북극해 원유 개발을 위해 러시아 국영 정유업체 로즈네프트와 합작을 시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적 갈등 속에 합작사 설립은 결국 무산됐지만, 원유 매장량이 4120억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북극해 진출을 위해 로즈네프트와의 합작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이밖에 영국 케언에너지는 지난 19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그린랜드 정부로부터 북극해에 매장된 수십억배럴의 석유를 시추하는 5억 달러 규모의 프로그램에 대한 승인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곳의 원유를 개발하려면 최소 12대의 공급선과 600여명의 인부를 동원해야 하는 수송상의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영국 유전개발업체 아미넥스는 지난해 북한과 동해안 유전 개발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아미넥스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의 제재 탓에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가 해소되기를 기대하며 합작사 유치 등 사업 행보를 늦추고 있다.
이 회사의 브라인언 홀 CEO는 "석유 탐사를 하려면 정치적, 물리적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며 "원유 개발 지역이 앙골라나 브라질 연안이었다면 투자자가 몰려들었겠지만, 북한에는 아직 정치적으로 미국의 자산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