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커, 그리스 '소프트 채무조정' 방안 시사

2011-05-18 07:45
  • 글자크기 설정

"추가긴축·국유자산 민영화 우선"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재무장관회의 의장인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가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으로 민간투자자 보유분을 포함한 국채의 상환기간 연장을 시사했다.

융커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싱크탱크 '리스본 카운실'의 주최로 브뤼셀에서 열린 모임에서 연설을 통해 "지금 그리스의 정부부채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면서 "이를 중기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상태로 확실히 되돌리기 위해 공공부문의 큰 부분을 민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그리스의 '소프트 채무조정(soft restructuring)'이 가능한지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이것은 그리스가 민영화 프로그램을 신속히 이행하는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융커 총리는 전날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를 마친 뒤 연 기자회견에서도 "일종의 '상환기간 연장(reprofiling·리프로파일링)'을 명확하게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리프로파일링을 유일한 해답으로 놓고 논의하는 건 아니다"며 "이 방안, 저 방안 등을 논의하고 나서 그다음에 리프로파일링이 논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늘 회의에서 누구도 대규모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의 필요성을 얘기하지 않았다"며 "대규모 리스트럭처링은 옵션이 아니다"고 가능성을 일단 배제했다.

융커 총리는 "모든 조건이 충족돼야 만기연장을 논의할 수 있다"며 그리스 측의 전제조건 제시가 충족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전제조건과 관련, "먼저 2011년 재정 긴축 목표를 달성토록 하는 그리스 정부의 새로운 조치들이 필요하고, 그 다음엔 민영화 프로그램이 유로존,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국제통화기금(IMF) 등을 만족시킬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그리스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7.4%로 맞춘 2011년 재정 적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여겨질 정도로 충분한 추가 긴축 조치들을 내놓고, 또 2012~2015년 총 500억 유로를 확보하겠다는 국유자산 민영화 프로그램도 신뢰할 만한 계획으로 제시한다면 상환기간 연장을 비롯한 추가 지원을 논의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룩셈부르크 총리실 대변인은 그가 언급한 '리프로파일링'과 '소프트 리스트럭처링'은 같은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채권시장에서 이들 용어는 국채의 상환기간 연장 또는 금리조정을 의미하는 비슷한 개념으로 사용된다. 이와 달리 '하드 리스트럭처링'은 과거 아르헨티나와 멕시코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에서 활용된 것으로 상환기간 연장과 채권상각을 두루 포함한 개념이다.

유로존 고위 관계자가 민간투자자들에도 영향을 미치는 지원 패키지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지난해 그리스 재정위기가 불거진 이후 처음이다.

이미 EU 정상들은 상설 구제금융 체계인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FSM)이 2013년 중반 설립되기 이전까지는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회원국의 국채를 보유한 민간투자자들에게 '강요된 채무조정'을 요구하지 않을 것임을 지난 3월 천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융커 총리가 언급한 소프트 채무조정은 그리스 정부와 민간투자자들 사이의 '자발적 차원의' 채권 상환기간 연장 협의를 뜻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고 있다.

다만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은 "리스트럭처링, 리프로파일링은 협상 테이블에 있지 않다"고 밝혔고, 디디에 라인데르스 벨기에 재무장관도 "우리는 그렇게 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발언하는 등 아직 유로존 내 리프로파일링 또는 소프트 채무조정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유로존은 내달 중순께 EU-IMF-ECB 등 공동전문가팀의 그리스 재정 긴축 이행을 평가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물밑에서 그리스 추가 지원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그리스 국채관리담당기관(PDMA)은 이날 실시한 단기국채 입찰매각을 통해 13주 만기 국채 16억2500만 유로를 발행금리 4.06% 조건으로 매각했다고 밝혔다.

발행금리는 전월의 같은 만기 발행 때보다 0.04%포인트 떨어졌다.

응찰물량은 발행계획 물량 대비 3.3배를 기록했고, 발행물량의 31%는 외국인 투자자들에 돌아갔다고 국채관리담당기관은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