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모 아니면 도'

2011-05-1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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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금융을 위한 "생색내기 매각 방안"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작업이 또 다시 외줄타기로 접어들었다.

산은금융지주에 인수되거나 지분매각 입찰이 무산되는 두 가지 시나리오로 압축된 모양새다.

17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최소 입찰 규모를 30%로 설정하고, 지주회사 전체를 일괄매각하는 내용의 우리금융 지분매각 방안을 발표했다.

공자위는 경영권 인수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 요건을 기존 4%에서 30%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은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행 법상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소유하려면 지분 95%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이를 30%나 50% 수준으로 완화해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이 금융당국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자위 본회의 직후 개최된 브리핑에서 신제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시행령 개정 없이는 금융지주회사가 자금조달 부담 등의 이유로 입찰 참여에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나 외국계 투자자가 참여하는 사모펀드(PEF)가 입찰에 들어올 수 있지만 금융당국이 환영하는 방식은 아니다.

제2의 론스타가 나올 수 있는 데다 금융자본과 비금융자본을 구분하기 어려워 법적 하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행령을 개정하면 KB·신한·산은금융지주 등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김용범 공자위 사무국장도 “시행령 개정 여부는 금융위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입찰 일정을 감안하면 시행령 개정을 위한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자위가 일괄매각 방식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KB금융이나 신한금융은 우리금융 자체를 인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미 그룹 내 은행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우리은행을 계열사로 가져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 등 비은행 계열사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였지만 계열사를 분리해서 파는 병행매각 방식이 무산되면서 우리금융 인수전에서 발을 뺄 공산이 크다.

남는 대안은 산은지주 뿐이다.

산은지주는 “공자위가 발표한 매각 방안에 대해 내부 검토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후 금융당국과 협의해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미 내부적으로 인수자금 조달 계획까지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일괄매각을 고집하면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인수 요건까지 완화할 경우 산은지주에 특혜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구도다.

금융당국이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시행령 변경을 포기하거나 산은지주를 입찰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우리금융 민영화는 다시 표류할 수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이날 발표된 매각 방안은 알맹이가 빠진 생색내기”라며 “금융당국이 산은지주의 입찰 참여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민영화 성공 여부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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