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
일반적으로 FTA의 경제효과로서 정태적 효과와 동태적 효과를 들 수 있다. 정태적 효과는 관세인하 및 수입제한 철폐가 지역 내 국가의 무역에 미치는 효과를 의미하는 것으로, 무역창출 효과(코스트가 높은 상품의 생산이 다른 지역 내 국가의 코스트가 낮은 상품의 수입으로 대체됨)와 무역전환 효과(지역 내 국가의 관세가 철폐되는 것에 의해 지역 외 국가로부터의 수입이 지역 내 국가로부터의 수입으로 대체됨)를 포함하는 것이다. 또 동태적 효과는 지역 내에서 규모의 경제, 경쟁을 통한 효율성의 증대와 함께 협정국 간에 자본과 노동력과 같은 통합된 생산요소를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증대돼 간접적으로 지역 내 국가의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한·일 FTA와 관련한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한·일 FTA 공동연구회'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한·일 FTA는 단기적으로는 일본에서 한국으로의 무역흑자를 증대시키지만(정태적 효과), 장기적인 동태적 효과를 고려한 경우 양국 모두에 큰 이익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과 관련해 FTA의 정태적 효과와 동태적 효과 간에는 시간적 괴리(time lag)가 발생한다는 점을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태적 효과는 관세인하와 함께 나타나지만 동태적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는 것으로, 정태적 효과가 급격히 발생하는 경우에는 동태적 효과가 발현하기에 앞서 큰 난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농산물에 부과되는 한국과 일본의 현행 관세율은 한국 쪽이 높다. 예를 들어 야채·과일은 일본의 경우 3~6% 정도인 데 비해, 한국은 20~40% 정도의 관세율을 설정하고 있는 품목이 많다. 그러나 양국의 생산량은 쌀에서 비교했던 것처럼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관세인하는 한국에서 일본으로의 순수출을 증대시킬 것이다. 한편 최근에는 일본으로부터의 농산물 수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나타나고 있다.
한·일 농산물의 시장가격은 생산비에 상응하는 격차는 나타나지 않아, 일본 생산물이 갖는 고품질 이미지를 살리면 과일·화훼 등에서 일본의 수출은 증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세계무역기구(WTO) 농업교섭에 있어서 한·일 양국은 농산물 수입국의 입장에 서서 농산물에 대한 유연한 취급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한·일의 농업은 소규모 가족 경영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 상대적으로 코스트가 높게 나타나는 등의 공통점이 많고, 농업이 가지는 다면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 효율성만으로 무역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비무역적 관심사항'에 대한 배려의 필요성은 농업부문 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업의 경우, 한·일 양국 간에는 어업자원의 유지 및 관리가 매우 중요한 과제로 작용하고 있으며, 또 단순한 관세철폐에 의한 경쟁조건의 정비만으로는 어업자원의 급속한 고갈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비무역적 관심사항'은 FTA에 있어서도 충분히 배려되어야만 한다. 동아시아 전체를 고려할 경우, 한국 농업이 갖는 일본에 대한 우위는 없기 때문에 동아시아 FTA에 대비하여 한·일 FTA에서는 주요한 농산물을 제외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더욱이 장래에 있어서도 한·일 양국에서의 농업생산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관점 역시 중요하다.
즉 한·일 양국 모두 농업자의 고령화가 현저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적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며, 또 상호 시장 개방에 의해 지금 현재의 생산효율성만을 기준으로 양국의 농업을 재편한다 하더라도 그 결과 장래에도 생산이 유지될 수 있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 모두 식량자급률은 국제비교적으로 볼 때 극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농업생산의 확보에 대한 정책적·국민적 배려가 필요하다.
FTA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정태적 효과도, 또 동태적 효과도 지속가능한 농업생산과 식량자급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