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다국적 기업, 세금 피하려 해외 M&A 박차

2011-05-1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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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수익 35% 과세 부담…2010~11년 해외 M&A 90% '현찰' 거래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미국 다국적 기업들이 세금 부담을 피하려고 해외 인수합병(M&A)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 보도했다. 미국 기업들은 해외 수익의 35%를 세금으로 내야 해 해외에 쌓아둔 현금을 본국으로 들여오지 않고 외국 기업을 사들이는 데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세금문제가 기업들이 경영상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국내보다는 해외 투자를 선호하는 것이 추세화할 경우 미국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신용평가사들은 기업의 신용을 평가할 때 세금 부담을 감안해 해외 자산은 평가절하하는 경우도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실제로 현찰을 이용한 미국 기업들의 국경간 M&A는 최근 기록적인 수준으로 급증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이뤄진 미국 기업들의 해외 M&A 가운데 90%가 현찰 거래였다. 같은 기간 전 세계에서 성사된 M&A의 경우 현찰 거래 비중은 60%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난주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인터넷전화업체 스카이프를 85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힌 마이크로소프트(MS)도 해외에 있는 현찰로 값을 치르겠다고 했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M&A에 쓴 현찰의 출처를 밝히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업계에서는 펩시콜라가 지난해 러시아 식음료업체 윔빌댄을 인수한 것이나 제너럴일렉트릭(GE)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이 최근 주도한 M&A에는 모두 해외에서 챙긴 현찰이 동원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시스코시스템스는 2009년 노르웨이 화상회의 장비업체 탄드버그를 33억 달러에 인수할 때 해외에 있던 자금을 활용했다. 업계에서는 MS와 시스코가 단기 채권과 현금의 80%를 미국 밖에 쌓아뒀을 것의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 수익 비중이 큰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은 해외에 있는 현금을 본국으로 들여오기 위해 세금을 일정기간 감면하거나 면제하는 '텍스홀리데이(tax holiday)'를 위한 로비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텍스홀리데이를 통해 기업들이 해외에서 들여온 자금이 일자리를 창출하기보다는 주주들의 주머니로 들어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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