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정부 고위 대표단, 쿠릴열도 방문

2011-05-1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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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대지진 후 처음…"쿠릴열도 영유권 의지 재확인"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러시아의 세르게이 이바노프 부총리가 이끄는 대규모 정부대표단이 15일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를 방문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현지 언론이 이날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 고위 인사가 일본의 3·11 대지진 이후 쿠릴열도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대표단에는 이고리 레비틴 교통부 장관, 엘비라 나비울리나 경제개발부 장관, 유리 트루트네프 천연자원부 장관, 빅토르 바사르긴 지역개발부 장관 등 중앙정부 고위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바노프 부총리 일행의 쿠릴 방문은 열도 개발과 관련한 국가 장기 프로젝트 이행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쿠릴열도에 대한 러시아의 영유권 의지에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하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부총리 일행은 이날 오전 먼저 쿠릴열도 가운데 하나인 '이투룹' 섬을 찾아 현지 부두 시설 등을 둘러본 뒤 현지에서 '2007~2015년 쿠릴열도 사회·경제 발전 프로그램'의 진척 상황 점검을 위한 회의를 열고 뒤이어 열도 내 또 다른 섬인 쿠나시르를 찾았다.

이바노프 부총리는 회의에서 이번 방문 목적이 쿠릴열도 발전 프로그램 진척 상황을 점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바노프 부총리는 "개인적으로 세 번째 쿠릴열도를 방문했으며 이곳의 자연이 아주 마음에 들지만 첫 방문(2005년)때부터 섬의 사회·경제 상황과 삶의 질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열도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쿠릴열도 개발 프로그램은 운송 인프라, 에너지, 사회분야 등 3개 주요 문제 해결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이를 위해 2015년까지 150억 루블(약 58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총리는 특히 이날 현지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지열 발전소 건설을 제안했다. 그는 "쿠릴열도에서 디젤과 석탄 등을 끝없이 태우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지열 발전소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북서쪽의 이투룹(일본명 에토로후),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 시코탄, 하보마이 등 4개 섬을 일컫는 쿠릴열도는 2차대전 종전 이후 전승국인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이곳이 역사적으로 자국 영토였다며 줄기차게 반환을 요구해왔다.

쿠릴열도를 둘러싼 양국의 영유권 분쟁은 지난해 11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러시아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쿠나시르 섬을 방문하고 뒤이어 러시아 정부 고위인사들이 잇따라 쿠릴열도를 찾으면서 최고조로 격화됐었다.

일본 정부의 주러 대사 소환으로까지 이어졌던 양국 간 갈등은 그러나 3월 일본의 대지진 사고 이후 러시아가 서둘러 구조대와 구호물자를 파견하고 에너지 지원 의사를 밝히는 등 사고 수습에 적극적 협력 태도를 보이고 일본이 이에 사의를 표하면서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전문가들은 러-일 양국간 화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쿠릴열도 영유권에 대한 러시아 측의 확고한 의지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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