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리먼사태가 터진 2008년 9월 이후 지난 주말까지 50% 가까이 추락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달러화 비중이 절대적이었던 보유 외환 운용의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외환보유액 3000억 달러 시대를 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중앙은행들이 달러화 보유 비중을 낮추고 금 보유 비중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추세 속에서 세계 경제의 금본위제(골드스탠더드) 회귀 가능성을 점치고 있기도 하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5월 현재 전 세계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은 2만7240t으로 전체 외환보유액의 11.1%에 달한다. 이는 2008년 9.1%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WGC는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들이 주로 금 보유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2009년 4월 454t을 매입했고, 러시아는 2009년 87.1t에 이어 2010년 60.9t, 올 들어 22.5t을 더 사들였다. 인도도 2009년 11월 200t을 금고에 채워넣었다. 이로써 중국의 외환보유액 대비 금 비중은 2008년 말 0.85%에서 지난해 말 1.63%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됐고, 러시아와 인도도 2년 새 금 보유 비중을 3.41%에서 7.44%, 3.89%에서 8.39%로 각각 확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신흥국들이 금을 대거 매입하고 있는 것은 달러화가 지배했던 한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FT에 따르면 2009년 중앙은행들이 내다 판 금은 전년보다 82% 줄어든 41t으로 최근 20년새 가장 적었다. 중앙은행들은 이듬해인 지난해 22년만에 처음으로 금을 순매입했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사들이는 사이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금 매도 규모를 크게 줄인 결과라고 FT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