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구 백성동에 소재한 한국음주문화센터 전경. 최근 매각설이 돌자 한문연 노조는 현수막(일산병원은 좋은 이웃입니다, 우리 재단건물 절대 안팔아요)을 걸고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
(아주경제 김면수 기자) 국내 유일의 알콜중독자 전문치료병원인 (재)한국주류문화연구센터(이하 한문연)의 '카프'가 개원 7년만에 매각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카프는 유명 주류업체들이 주류소비자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수백억원을 출자해 2000년 4월 설립한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가 2004년 3월에 개원해 운영하는 알콜중독자 전문 치료병원이다.
당시 일산병원은 병원 증축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김 이사장의 매각 제의에 대해 증축 계획을 전면 포기하고, 매입을 위한 실사팀을 꾸려 한문연과 병원 매매를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수 차례에 걸쳐 병원사업이 매년 5~7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매각에 대한 당위성을 높이고 있다고 한문연 관계자가 전했다.
김 이사장도 최근 직원 전체 메일을 통해 “독단으로 건물을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병원 매각 방침을 인정하면서도 “설령 병원매각이 결정되더라도 재단을 해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한문연 매각은 지원금 전용 위한 것
한문연 직원들은 전·현직 이사장들이 예정된 수순(?)에 따라 건물과 병원을 매각하려 하는 것은 매년 50억원씩 출연되는 기원금을 전용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문연 실제로 2007년 3월 ‘(재)한국음주문화연국센터 출연금 관련 합의서’라는 문서를 작성해 주류회원사 대표와 대한주류공업협회 등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한문연의 안정적인 재원지원을 보장받았다.
합의서은 △재단에 대한 출연금은 매년 50억원 분할 지원 △주류연구원 설립은 한문연 노동조합과 합의 이전에는 추진 불가 △재단 출연금 중단 시도에 대한 재발 방지 등을 담았다.
이후 한국주류산업협회(전 대한주류공업협회)는 2007년 6월 국세청으로부터 주류연구원 설립 승인을 받고, 주류연구원을 설립해 그동안 매년 50억원씩 출연되던 한문연 지원금을 주류연구원으로 돌리려는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는게 직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당시 정당한 재원없이 출발한 주류연구원은 끊이지 않는 내부갈등과 운영의 미숙함으로 인해 약 4년이 경과한 현재,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한문연 노조는 재단 이사장들의 한문연 매각작업은 설립 초기부터 진행됐다고 밝혔다. 한 노조 간부는 "재단에서 병원을 개원한 후 6개 정도 지난 2004년 말부터 한문연 매각을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성희웅 이사장은 취임 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한문연의 손익을 따진 후 매각을 추진한 바 있고, 2대 임지순 이사장은 주류업체가 출연한 지원금을 전용하기 위해 주류연구원(가칭) 설립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문연 관계자는 “지난 2007년 이사장이 주류연구원 설립을 통해 주류업체의 출연금을 전용하려 한 정황과 최근의 주류연구원 폐원 등을 종합해 보면 재단을 해체하려는 목적이 다분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문연 직원, 병원매각추진 강력반발
한문연 직원들은 “재단 이사장이 직원들과의 합의도 없이 건물과 병원을 임의로 매각하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재단의 알콜중독자 치료 및 주류문화 개선 사업에 대한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직원들은 또 “재단 이사장은 최근까지 ‘우리병원은 수익을 추구하는 병원이 아니니 환자만 보지 말고 연구에도 힘써 달라’고 강조했다”며 “그런 사람이 이제와 적자를 운운하며 건물과 병원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단 건물 매각을 반대하는 한문연 노조는 지난 3월부터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소재한 국세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으로 전체집회에 나서고 있다.
이는 당초 국세청이 재단 설립에 있어 깊이 관여했을 뿐만 아니라 재단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행정지도를 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라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한문연 노조는 “지난해 김남문 이사장은 직원과의 그 어떤 합의도 없이 일산병원 병원장을 만나 재단 매각을 제의했다”며 “현재 일산병원은 당초 증축 계획을 포기하고, 매입 T/F팀을 꾸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는 “김남문 이사장은 취임한 이후 한문연의 핵심 업무라 할 수 있는 치료사업과 재활사업을 포기하고 별도의 법인을 설립해 주류업계의 지원금을 전용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는 건물과 병원을 매각해 음주폐해감소를 위한 출연금을 자신들의 복지를 위해 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