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뒷걸음질에 애꿎은 캠코만 뭇매

2011-05-1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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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융권에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애꿎은 피해자로 전락했다.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달 저축은행 청문회 당시 저축은행중앙회로부터 제출 받아 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저축은행에 재취업한 캠코 직원 수는 총 6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의원실 관계자는 “캠코의 경우 저축은행으로부터 부실채권을 인수해 만기가 끝나는 3년 뒤 되파는 기관이므로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며 “이른바 힘 있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물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들의 실명이 담긴 일명 낙하산 리스트에서 캠코 전(前) 직원 중 3명은 과장, 2명은 주임으로 모두 하급 직원들이다.

더욱이 이들 5명은 4~5급 계약직 직원들로 최장 근무기간이 6년을 넘지 않는다. 그 중 지난 2000년 주임 신분으로 퇴사한 나 모씨의 경우 총 근무기간이 1년 3개월여에 불과해 저축은행의 러브콜을 받을 만한 경력이 없는 상태였다.

캠코 관계자는 전 직원들의 저축은행 입사를 단순한 재취업으로 규정했다. 이 관계자는 “캠코는 저축은행에 어떠한 감독권도 행사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결제권도 없는 낮은 직급의 직원들이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캠코를 더욱 당황케 한 것은 각급 저축은행과 저축은행중앙회, 정옥임 의원 의원실로 이어지는 허술한 자료 관리체계였다.

당초 6명의 캠코 출신 낙하산 인사에 포함됐던 이 모씨는 전 캠코 비상임이사다. 리스트에는 이 씨가 현(現) 비상임이사로 모 저축은행 사외이사직을 겸직하고 있는 것처럼 기재됐지만 실제 해당 인물은 예금보험공사 출신의 동명이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기업의 이미지뿐 아니라 개인의 명예에도 악영향을 끼친 이번 실수는 저축은행중앙회가 관련 자료를 요청받은 이후 확인 절차 없이 명단을 정 의원에게 넘기면서 시작됐다. 중앙회 관계자는 “각 은행을 믿고 자료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정 의원과 의원실 관계자들 역시 리스트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 한 보좌관은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다”며 “저축은행중앙회가 넘긴 것이기 때문에 세부 내용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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