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2010년 재정운용목표는 재정수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재정수지의 안정적 관리는 한마디로 적자를 줄이는게 핵심이었다.
하지만 적자를 메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늘어나는 복지재정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복지재정 증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2010년 나라살림'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총지출 증가액 8조3000억원 가운데 무려 79.5%(6조6000억원)가 복지분야(보건· 사회복지)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복지분야 지출 증가가 정부 총지출 증가세를 불러왔다고 분석한 것이다. 달리 얘기하면, 복지분야 지출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자를 줄이면서 재정수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복지 재정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 총지출 292조8000억원 가운데 81조2000억원(27.7%)을 차지했다. 2000년 중앙정부 통합재정에서 복지지출이 17.2%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지난 10년간 복지지출이 엄청나게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복지재정 지출규모는 2005년 49조6000억원에서 2006년 56조, 2007년 61조4000억원, 2008년 68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던 것이 2009년에는 본예산 74조6000억원과 추경 5조8000억원을 합해 총 80조4000억원, 2010년 81조2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연평균 증가율만 10.4%에 달한다.
복지재정 수요 증가는 사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사회·경제적 여건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저출산·고령화 사회가 다가오면서 복지재정 확대 문제는 우선순위가 됐다.
더욱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인재(人災) 뿐만 아니라 이상기후에 따라 급작스런 자연재해가 발생하면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복지를 단순하게 '사회복지 및 의료지원'의 개념으로 봤다. 그러나 이제는 전반적인 '인간 안보'의 넓은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원래 복지의 전형적 형태는 없다"며 "복지개념은 환경변화에 따라 바뀌는 만큼 복지재정을 마련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재정, 어디에 어떻게 쓰이나
하지만 복지재정 수요 증가가 불가피한 문제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늘릴 수만은 없는 일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그 작업은 현 재정 운용 구조를 뜯어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지난해 복지재정 81조2000억원 가운데 사회복지분야에는 73조9161억원, 보건분야에는 7조3303억원이 쓰였다. 재정비중으로는 91대 9다.
복지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의료급여는 보건분야가 아닌 사회복지분야로 분류된다. 재정적자의 주범인 건강보험은 정부 통합재정과는 달리 별도로 운용되고 있다. 보건분야 비중이 사회복지분야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이유다.
재정적자의 주범은 건강보험료와 같은 '의무지출 증가'에 있다. 기초노령연금제도 및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2008년 도입), 장애인연금제도(2010년 도입), 보육료 차등지원(소득하위 7분위), 무상보육 확대(소득하위 5분위) 등이 그것이다.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사회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이 대폭 늘어나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등도 마찬가지다.
2005~2009년 건강보험 국고 지원금은 20조2871억원에 달한다. 연금 보전금은 10조1543억원으로 총 30조4414억원이 사회보험제도 운영을 위해 쓰였다.
특히 2008년 사상 처음, 만기 20년의 국민연금 수급자가 발생하면서 국민연금 급여 비중은 향후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게다가 최근 황우여 신임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정부가 추진해온) 법인세·소득세 등 추가 감세 정책을 철회하겠다"고 말하면서 복지재정 확대에 불을 지폈다.
황 대표는 감세 철회로 생긴 예산과, 작년에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 등으로 10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학생 등록금과 육아비, 소시민 주택문제 지원 등에 쓰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중 하나였던 감세를 뒤집고 그 돈을 복지예산으로 모두 돌리겠다는 것이다.
무상급식에 이어 복지재정 논란이 내년 대선을 장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 당은 물론 대선주자들도 복지관련 정책 개발 및 공약 만들기에 전념하고 있다.
◆맹목적인 복지재정 확대는 ‘毒’
문제는 재정지출은 늘고 있지만 이에 비해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체감도가 떨어진다는데 있다. 정부는 재정균형을 목표로 복지재정을 적절히 활용하는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생색내기'만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급여를 받고 있는 근로소득자의 경우, 4대보험(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에 적용되지만 부담능력이 없는 최저생계비 이하의 빈곤층은 기초생활보장제도(공적부조)를 적용받기 때문에 국세수입 예산이 쓰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위 범주 가운데 어느 곳에도 해당되지 않는 계층은 정부가 일시적으로 운용하는 긴급 복지사업의 대상이 된다. 일자리대책이나 보육, 돌봄서비스, 직업훈련과 같이 예산이나 특별기금으로 운용되는 각종 사회서비스가 그것이다.
하지만 현 사회안전망은 모든 계층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사각지대를 내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4대 보험 적용대상에는 제외되지만 그렇다고 부담능력이 없는 공적부조 수급권자도 아닌 비정규직 취업자가 문제다. 향후 실직이나 질병 등 위기에 처했을때 더 큰 재정유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 복지재정 규모의 적정성을 진단하고 재정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의무지출 항목을 결정하기 위한 입법 과정에서 재정건전성을 논의하는 과정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