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기 그리스-독일 국채 수익률 격차(스프레드·단위:%/출처:WSJ) *수치 클수록 그리스 국채 부도 위험 커짐 |
S&P는 9일(현지시간) 그리스가 국채와 회사채의 만기연장 등 채무조정에 나설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며 국가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두 단계 깎아내렸다. 추가 강등 가능성도 경고했다. S&P는 그리스가 부채 부담을 견딜 수 있으려면, 전체 부채의 50% 이상을 덜어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디스도 이날 그리스가 2010년 재정적자 규모를 상향조정한 점을 문제삼으며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수단계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 역시 그리스의 채무조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피치는 이날 특별한 성명을 내지는 않았지만, 한 독일 언론은 피치도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로존 이탈·채무조정설 현실화 우려 직격탄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은 그리스를 둘러싸고 최근 나돌고 갖가지 설과 무관하지 않다. 그리스와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적극적으로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시장은 경계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이날 그리스의 채무조정에 반대한다며, 채무조정은 가능성도 없고 효과도 없다고 강조했다.
야노스 파판토니우 전 그리스 재무장관도 같은날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그리스는 물론 유럽 전체에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은 그리스의 공공부채 수준을 국내총생산(GDP)의 200% 이상으로 늘리는 요인이 되는 만큼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지난 주말 벨기에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실제로 이런 논의가 이뤄졌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독일과 그리스 관리들은 그리스가 자발적인 채무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고, 그리스는 2012년 300억 유로, 2013년 300억~350억 유로의 추가 지원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DS 프리미엄 급등…유럽 재정위기 새 국면
유럽 재정위기 진원지인 그리스가 위태로운 상황에 빠지자, 그리스는 물론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구제금융을 신청한 국가들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일제히 치솟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보도했다. CDS 프리미엄은 채권의 부도위험을 반영한다.
금융정보제공업체 CMA에 따르면 5년 만기 그리스 국채의 CDS는 이날 30베이시스포인트(bp·1bp는 0.01%포인트) 오른 1371bp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5년 만기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국채 CDS 역시 사상 최고치로 뛰었다.
재정위기국으로 분류되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역시 5년 만기 국채 CDS가 각각 22bp, 16.5bp 급등했다.
빌 블래인 뉴에지 투자전략가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모두 한 나라씩 채무조정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그리스는 일종의 광산 속 카나리아"라고 말했다.
경제 컨설팅업체 리디파인의 소니 카푸어 이사도 "그리스는 현금 고갈 상태에 빠지기 일보직전"이라며 "유럽연합(EU)는 구제금융 추가 투입과 채무조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