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ㆍ전화조차 없는 상황"…빈라덴이 지휘?

2011-05-09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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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빈 라덴의 알카에다 직접 지휘에 의문 제기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알 카에다의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지난 5년간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 인근 은신처에서 숨어 지내며 직접 명령을 내리고 테러작전을 지휘했다는 미국 정부의 주장에 대해 파키스탄 측이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파키스탄의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8일 빈 라덴이 지난 2일 사살되기 전까지 머물던 아보타바드의 집이 어떤 점에서 '실질적인 명령과 지휘센터' 역할을 할 수 있었는지에 의문을 던지며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파키스탄의 한 고위 정보 관리는 "웃기는 소리다. 빈 라덴이 테러 네트워크를 운영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먼저 미 해군의 대표적인 특수전부대 '실(SEAL)'이 급습한 빈 라덴의 주거지는 인터넷은 물론 전화선조차 연결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더욱이 전문가들은 빈 라덴이 최후를 맞기 전 수년간 알 카에다가 빈 라덴 없이도 테러활동을 감행하는 분산된 조직으로 분화됐다고 오랫동안 강조해 왔다.

파키스탄의 다른 고위 정보 관리도 빈 라덴이 아보타바드에서 적극적으로 테러계획을 짜고 중요 결정을 주도했다는 미 정보 관리의 단언에 대해 "그건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정보 관리는 "그들은 하고 싶은 대로 말할 것이다. 내가 내일 빈 라덴이 핵무기나 화학무기를 만들 계획이었다고 말한다면 믿겠는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부풀리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에 앞서 미국 정부는 7일 빈 라덴이 등장하는 영상 5점을 공개하면서 이번에 확보한 자료가 지금까지 입수한 테러집단 자료 중 최대 분량이며 빈 라덴이 알 카에다의 활동을 지휘한 '실제 지도자'임이 확인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파키스탄과 미국 정부 모두 빈 라덴이 은신처의 안에서 수행해온 역할에 대해 각기 다른 해석을 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군부 등 파키스탄 처지에서는 미국의 급습으로 뒤통수를 맞은 데다가 현재 빈 라덴을 검거할 능력이 없었다거나 그를 숨겨주는데 공모했다는 비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빈 라덴의 영향력이 줄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애쓰고 있다.

빈 라덴의 영향력이 약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은 그가 파키스탄의 군사도시 한복판에서 발견된데 따른 파키스탄의 당혹감을 희석할 수 있다.

반면 미국 입장에서는 빈 라덴의 중요성이 부각된다면 사살작전이 그만큼 영광스러운 것이 된다.

분석가들은 빈 라덴의 알 카에다 내 핵심적인 역할이 이미 약화했다며 2001년 9·11 테러의 주모자인 그가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인물'로 남아있는 동안 서방에 대한 테러공격 음모가 크게 늘고 독립적인 분파 그룹에 의해 감행됐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미국 정보관리 출신인 폴 필라는 로이터에 "테러 음모의 지도부 문제에서 빈 라덴은 한동안 핵심 인물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의 군사분석가인 퇴역 장군 탈라트 마수드도 빈 라덴이 수시로 비디오 영상을 내보내고 테러공격을 지시하는 컴퓨터 디스크를 전달하게 했지만, 이것으로 그가 테러공격 명령의 중추에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슬라마바드의 고위 치안관리는 "빈 라덴이 집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비디오를 녹화하고 음성메시지를 녹음하는 것"이라며 "통신수단이 없는 그곳에서 어떻게 알 카에다 전체를 통제할 수 있나? 경호원 두 명과 18인치 TV 수상기 말고는 중화기도 없는 그가 알 카에다 전체의 통제가 가능한가. 너무 과장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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