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전 끝내기 삼중살' 직전 상황. 3루주자 김연훈(이호준 대주자), 1루주자 박진만(정상호 대주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고, 타석에는 조동화가 서 있다.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KIA 경기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특이한 장면이 나왔다. 수비팀이 연속된 동작으로 공격 팀의 선수 3명을 연속 아웃시키는 삼중살(트리플 플레이)이 나온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 기준 올 시즌 2번째, 역대 53번째 삼중살이다.
때는 KIA가 2-1로 앞서다 연장 11회말 무사 1, 3루로 바뀌면서 다급해졌을 시점이다.
그런데 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한 동작에 순식간에 승부가 KIA 쪽으로 결정됐다.
8번타자 겸 중견수로 나온 조동화가 친 강습 타구가 KIA 투수 유동훈의 글러브에 빨려들어가며 SK에 1아웃이 뜬 상황에서 유동훈은 바로 3루로 송구했고, 홈으로 향하다 3루로 귀루하던 김연훈(이호준 대주자)이 아웃됐다. 2아웃 상황이다.
그렇지만 1루주자 박진만(정상호 대주자)은 거의 2루까지 달려온 상태였고, 이를 코앞에서 지켜보던 2루수 이현곤과 유격수 김선빈, 투수 유동훈이 이범호(3루)와 김주형(1루)을 향해 1루가 비어 있다면서 다급하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결국 이범호는 1루수 김주형을 향해 1루 베이스로 돌아가라고 손짓을 한 뒤 침착하게 송구했고 김주형은 송구를 받아 1루 베이스에 태그했다. 대주자 박진만은 그때까지도 1루로 돌아오지 못했다. SK의 찬스는 그렇게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고 KIA는 2-1의 스코어로 이날 매우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앞서 언급한 대로 8일 나온 삼중살은 시즌 2번째, 통산 53번째다. 그런데 이를 '끝내기 삼중살'로 좁힐 경우 한국프로야구 역대 4번째, '연장 끝내기 삼중살'로 더욱 좁히면 한국 프로야구 원년(1982년) 이후로 처음이다.
더군다나 '끝내기 삼중살'의 가장 최근 전례는 지난 1993년 4월10일 대구 삼성-쌍방울전에서 9회초 쌍방울이 기록한 이후 18년 만이다. 당시 삼성 수비진은 쌍방울 송인호의 타구를 잡아 삼중살로 대미를 장식하고 17-0으로 대승했다.
그만큼 쉽게 나오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KIA는 이 상황을 이용해 승리했곤 SK는 패했다.
한편 SK는 올해 나온 2차례 삼중살에서 모두 희생양 팀이 되는 불운을 맛봤다. 특히 결정적 상황에서 나온 이날 삼중살은 SK에게 뼈아팠다. 반면 이용규의 복귀를 앞둔 6위(8일 경기 이후 5위) KIA로서는 너무나도 값진 삼중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