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는 이날 국방부에서 브리핑을 갖고 빈 라덴이 등장하는 영상 5점을 공개하면서 이번 빈 라덴 습격 작전에서 확보한 자료가 지금까지 입수한 테러집단 자료 가운데 최대 분량이라며 이같이 발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보기관 고위관리는 빈 라덴의 은신처가 알-카에다의 실제 지휘센터였고 빈 라덴이 테러공격 계획 수립과 전술적 결정에서 적극적 역할을 했다면서 "그는 명목상의 지도자와는 거리가 멀었으며, 능동적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한 영상에는 헝클어진 회색 수염을 기른 빈 라덴이 방 바닥에 앉아 담요를 두르고 리모컨으로 위성TV 채널을 바꿔가며 자신이 나오는 뉴스를 찾아보는 모습이 담겨 그가 미디어에 나타나는 자신의 이미지에 매우 신경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짐작케 했다.
또 지난해 10~11월께 녹화된 것으로 보이는 '미국인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제목의 다른 선전 영상에서는 빈 라덴이 수염을 다듬고 염색한 깔끔한 모습으로 등장했으나 소리는 모두 삭제된 채 공개됐다.
나머지 3편의 영상은 모두 빈 라덴이 메시지를 녹화하기에 앞서 연습을 하는 장면이 포함됐으며, 역시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동영상에 나오는 방의 창문은 검은 천으로 가려있고, 변변한 가구 없이 텔레비전과 컴퓨터만 눈에 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알-카에다는 빈 라덴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으나 새로운 지도자를 발표하지는 않았다"면서 "아직 최고지도자의 사망에 어떻게 대처할 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인자인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계승자로 추정되지만 내부적으로 인기가 없다는 징후가 있다"면서 "따라서 아직 후계자 문제는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알-자와히리가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세세한 부분에 집착한다는 내부 비판이 있기 때문에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치러진다면 반대자들과 맞서 겨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 정부가 빈 라덴의 '일상모습'을 공개한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빈 라덴의 시신 사진이 공개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뒤 빈 라덴의 죽음을 입증하기 위한 의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수년 동안 빈 라덴이 알 카에다에 '지시'를 내리는 동영상만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공개된 동영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 정부 관계자는 이날 공개된 동영상은 은신처에서 얻은 많은 것들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고 밝혀 빈 라덴 사살 이후 획득한 정보자료의 존재를 강조했다.
한편 빈 라덴이 사살될 당시 현장에 있다가 부상한 아내 아말 알 사다는 남편이 지난 5년간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은신처에서 단한번도 떠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파키스탄 당국자가 전했다.
이에 따라 빈 라덴의 은신처를 놓고 파키스탄 정부의 책임공방이 심화되는 동시에 미군의 일방적인 급습 작전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