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과도한 금융권 규제 도움 안 돼"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 의장은 5일(현지시간) 규제 당국이 금융기관들에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는 규제를 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버냉키는 이날 시카고에서 열린 연례 금융 콘퍼런스에서 연설을 통해 "신용을 공급할 때 비효율적이고 부담을 주는 규제는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이는 과도한 비용과 불필요한 구속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연준을 비롯한 규제당국이 '도드-프랭크 법안'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도드-프랭크 법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지난해 입법화한 금융개혁법으로 연준은 이를 기초로 대형 금융기업들을 감독하고 있다.

금융개혁법은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자산 규모 500억 달러 이상의 대형금융기업들을 '시스템상 중요한 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이에 대해 월가와 공화당은 "미국 은행의 대외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과도한 규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이 점을 의식한 듯 규제와 감독이 성장을 촉진하고 고용도 창출하는 금융기관의 혁신을 저해하는 쪽으로 이뤄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 당국이 과도하게 금융기관이 취하는 합리적 수준의 위험 부담 및 혁신에 대해 목을 죄는 것을 피해야만 한다"며 "각 금융업체들의 적절한 위험부담과 혁신은 더 높은 생산성을 낳으며 경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버냉키와 연준 위원들이 금융위기 재발 위험 방지와 미국 경제의 회복이라는 목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버냉키 의장은 "도드-프랭크 법안이 지난해 통과된 후 관련한 일들을 많이 해왔지만, 여전히 시스템적 위험의 원인들을 잘 이해하고 감시 방안을 개선하기 위해, 그리고 거시건전성에 대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정책수단을 평가하고 시행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도드-프랭크법에서 특히 월가가 신경 써온 '시스템상 중요한 금융기관' 지정 문제에 대해 "어떤 규제가 가해지든지 은행 규모에 근거해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또 도드-프랭크법이 재무건전성 평가(스트레스테스트)를 매년 의무화한 데 대해 테스트 결과의 공개 범위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연준은 2009년 첫 스트레스테스트 이후 개별 은행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했지만, 올해는 각 은행에 통보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