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고위관계자는 5일 "손 대표에게 이번 비준안 처리 과정은 가장 큰 시련이었을 것"이라며 "한동안 여야 관계가 냉각되는 등 손 대표에게 무거운 짐이 맡겨진 것 같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지난 4일 여야정이 합의했던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합의 처리 약속을 파기했다. 당내 비주류측의 강한 반발도 있었고, 내년 총선.대선에서 야권연대와 필요성 때문에 민주노동당 등의 눈치도 봤다는 분석이다.
손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렇게 하면 당과 내게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을 안다”면서 “피해 산업·국민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일인 만큼 결코 서두를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상태대로 합의해서 통과시켜 주긴 어렵지 않은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FTA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오늘 처리하지 말고 좀 더 시간을 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의총 내내 손 대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며 의견을 경청하기만 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비준안을 처리하면서 온 종일 회의를 거듭했던 민주당은 아무것도 얻은게 없었다.
여야정합의를 깼기 때문에 여당을 비판할 입장도 못되고, 정부로부터 얻어낸 농어민 피해대책 관련 법을 통과시키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정권창출을 부르짖는 제1야당이 무책임해선 안 된다는 비난하고 있다.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야 할 대권주자가 일부 진보세력에 휘말려 여야정의 협정을 어긴 것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손 대표는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확보한 중간층 흡수효과를 의식한 듯 “비준안 발효(7월1일)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 “중산층의 기대를 결코 저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국익 문제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어렵게 얻은 중도표의 표심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4·27재보선 이후 지지율이 급격히 상승한 손 대표를 겨냥한 비주류측의 ‘손학규 흔들기’에서 출발했다는 의혹도 일고있다.
정동영 천정배 조배숙 의원 등 비주류측에서 반대의견이 쏟아져 나왔고 정장선 김동철 신학용 의원 등 손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 대부분이 비준안 합의처리에 찬성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