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신촌 닭머르 해안가. |
(제주=아주경제 강정태 기자) 유채꽃과 벚꽃, 꽂잔디가 곳곳에서 화사한 자태를 자랑하며 탄성을 자아내던 지난 10일. 올레꾼들의 발길이 기다리던 올레 18코스를 먼저 걸었다. 오는 23일 개장을 앞둔 올레길 곳곳은 그윽한 봄꽃 향기가 가득했다.
서울 청계천의 벤치마킹이 됐던 산지천으로 시작됐던 그 길은 제주시의 보석인 두 오름(기생화산)과 바로 만나게 된다. 사라봉과 별동봉이다. 그리 높지 않은 오름이지만 한라산이 한눈에 보이고 억새와 바다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잠시 무거워진 발걸음은 포구와 해변으로 이어지는 바닷길에서 씻어낼 수 있었다. 다시 시골의 정취가 묻어나는 원당봉 둘레, 오랜 세월에도 여전히 우뚝 서 있는 옛 원당사의 오층석탑을 만나게 된다.
발걸음을 재촉하다 보면 숨이 탁 트이는 바다와 만나 자연이 제주엔 준 선물인 장대한 풍광 속을 걷게 된다. 자연의 그림 속에 나를 한 점 콕 찍어 넣은 느낌이다.
쉴 틈 없이 아름다운 신촌의 포구와 대섬 습지를 향해 다시 길을 떠난다. 유배되어 온 이들이 한양으로부터 올 기쁜 소식을 기다렸다는 연북정을 지나 조천 지역 항일 만세운동의 중심인 조천 만세동산에 이르면 긴 여정이 마무리된다. 쉴 여유도 없이 꼬박 6시간 동안 18.8km를 걸어온 길이다.
이 길을 만든 (사)제주올레는 제주에서 걸어서 여행하는 길을 만드는 비영리 단체다. 2007년 9월 첫 번째 코스를 개장한 이래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정규 코스와 중산간과 제주의 작은 섬을 도는 길을 만들고 있다. 제주의 구석구석을 느리게 걸어 여행하는 길이다.
이번 18코스의 개장으로 비정규 5개를 합해 23개 코스를 개척했다. 그 길이는 367km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