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7일 “준법 지원인제가 포함된 상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다른 개혁적인 내용들도 함께 시행되지 못한다”면서 “문제가 있는 규정은 대통령령을 통해 정리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와 한나라당도 당·정 협의 등을 통해 준법 지원인제가 ‘2중 규제’의 우려가 있다는 재계 측의 의견 등을 감안, 제도가 적용되는 상장회사의 범위 등을 조정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준법 지원인’이란 상장회사 임직원들이 직무를 수행할 때 지켜야 할 내부 통제기준을 마련하고, 그 기준의 준수 여부를 점검해 위반했을 경우 이사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하도록 회사가 고용하는 사람으로서 지난달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상법(회사편) 개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는 준법 지원인을 1인 이상 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계에선 “사외이사와 상근감사 등 각종 내부 통제장치가 있는 마당에 준법 지원인까지 두면 ‘옥상옥(屋上屋)’이 될뿐더러 비용 부담이 커진다”면서 준법 지원인제 도입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으며, “중소기업의 경우 준법 지원인 고용 자체만으로도 큰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아울러 “변호사 출신 등 법조계 인사가 많은 국회에서 변호사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한 게 아니냐”는 비판마저 일었다.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3년 임기의 준법 지원인은 변호사나 고등교육기관(대학) 법학 조교수 이상 5년 근무한 자, 기타 법률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그 대상으로 한다.
이에 청와대는 지난 3일 임태희 대통령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제도 도입을 좀 더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5일 열린 국무회의에 개정안 공포안을 상정하지 않은 바 있다.
김 대변인은 “상법 개정안 공포안을 오는 12일 국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나, 준법 지원인제에 대해선 아직 국민적 공감대가 적고, 정부의 친(親)기업 및 상생(相生)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 당·정과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재계 일각에선 준법 지원인제 적용대상 기업 규모를 매출액 기준 1조원 이상으로 높여 적용대상 기업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편 준법 지원인제 등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은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의 공포 절차를 거치면 내년 4월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