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7일 오전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열린 제82차 국민경제대책회의를 통해 “정부는 자나 깨나 물가문제를 걱정하고 있고, 경제부처에서도 제1목표가 물가를 잡는 것이다”면서 “(그러나) 국민도 불가항력적인 물가 문제는 이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해엔 대통령 주재 국민경제대책회의를 매주 1회 개최해왔으나, 올 들어선 세계 금융·경제위기가 진정세로 접어들었다는 판단 아래 이를 격주로 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물가급등에 따른 부담이 커지자 3개월 만에 주 1회로 원상 복귀시켰으며, 이날이 그 뒤 열린 첫 회의다.
“(오늘) 우리가 모인 건 물가 때문이다”며 회의 시작을 알린 이 대통령은 “국민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물가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생활물가 중 공산품은 (가격이) 오르면 소비와 구매를 줄일 수 있는데, 농산품은 식생활의 주된 품목으로 매일 소모하는 것이어서 국민의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고, 이상기온 때문에 모든 야채 값을 낮출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밀가루·옥수수 등의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고, 올해는 중국이 흉년 때문에 처음 (곡물을) 수입해 곡물가가 앞으로 만만치 않을 것이다”며 “고물가는 세계적인 현상이다”고 거듭 밝혔다.
“물가문제는 기후변화,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다”(3월8일 국무회의), “물가문제는 우리가 최선을 다 해도 ‘비욘드 컨트롤(beyond control·통제 밖)’이 되지 않는가 하는 부분이 있다”(3월10일 국민경제대책회의)는 등의 발언에 이어 다시 한 번 최근의 물가급등은 ‘외부적 요인’ 때문이란 논리를 편 것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정부는 불가항력적인 물가 상승요인 가운데서도 (물가관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하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면서 “(농수산물은) 날씨가 좋아지고 유통과정을 잘 관리하면 가격을 다소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그는 “농협법이 개정돼 농협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크다”면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결하고, 농민 생산을 장려하며, 하나로마트 같은 유통기관을 통해 싼 값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물가급등의 주범인 기름 값에 대해선 “유류 값이 오르고 있어 문제가 있지만, 가장 현명하게 극복하는 길은 소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며 “기업소비와 개인소비 등 소비를 줄이는 게 극복하는 길이다”고 주장했다.
'고유가에 따른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류세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정치권 안팎의 주장과 일견 배치되는 발언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날 새벽 0시를 기해 국내 주요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리터당 100원씩 내린 점을 감안한 듯 “정유회사, 주유소에서도 국민이 고통을 받을 때 협조를 적극적으로 해줘야 한다”면서 “요즘 ‘정부가 강제로 (기름 값 인하를) 했다, 안했다’ 하고 있지만 강제로 해서 될 건 없다. 석유 값도 유통과정이나 여러 측면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문제는 계속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