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재는 유럽발 위기, 글로벌 환율전쟁에서부터 최근의 인플레이션 압력과 북아프리카(MENA) 지역 정치소요, 일본 대지진 사태까지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중앙은행을 이끌고 있다.
덕분에 취임 당시 붙었던 '어용', '비둘기'라는 부정적인 수식어에 비하면 최근의 평가는 상당히 개선됐다.
◆ 통화당국자로서의 다양한 '역할변신'
통화당국자로서 김 총재는 '디플레이션 파이터', '금융시장 조율', '인플레이션 파이터' 등 다양한 역할을 보여줬다.
취임 당시의 김 총재는 디플레 파이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지난해 4월은 금융시장이 안정에 접어들었으나 유동성이 실물에 제대로 흡수 되지 않아 경기 회복세는 주춤했다. 지난해 경기는 상고하저의 패턴을 보였지만 전년 경기가 극심한 침체를 겪은 데 따른 기저효과가 강했다.
김 총재는 취임 후 기준금리를 2.00%로 동결하다 7월 25bp 전격 인상했다. 2008년 8월 이후 23개월 만의 기습 인상이었으나 시장의 충격은 제한적이었다. 시장의 심리를 읽은 김 총재의 금리 결정 타이밍이 적절했고, 금요일 금통위였다는 점이 주요했다.
지난해 가을은 미국의 2차 양적완화(QE2)로 각국 환율이 출렁이던 시기에도 재정·금융당국과 함께 선물환포지션 규제 등을 통해 외환·금융시장 안정에 일조했다.
다만 김 총재는 인플레 파이터로서의 재능은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
금통위는 인플레 압력을 낮추기 위해 지난해 11월과 올 1월, 3월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미 공급측면 압력이 높아진데다 수요측면 압력도 가세하고 있어 통화정책으로 물가를 잡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국제·거시금융연구실 실장은 "(기준금리 인상이) 다소 뒤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까지 4번 금리를 인상한 것은 바람직했다"고 평가했다.
◆ 중앙은행 수장으로서의 김중수
시장에서는 통화당국자로서의 김 총재에게 합격점을 주지만 중앙은행 수장으로서는 낮은 점수를 매긴다.
우선 소통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성태 전 총재의 경우 지난 2009~2010년, 기준금리를 더 이상 낮출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자 '문(출구)', '철수', '터널' 등의 다양한 인상 시그널(신호)를 시장에 날려 긴장감을 높이며 시장금리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했다.
반면 김 총재는 한은의 방향성을 묻거나 기습질문에 약한 모습이었다. 또 정부와의 지나친 소통 및 정책 공조 기조 덕에 '통화정책방향은 정부 관계자의 말에 주목하라'라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상 실기론 등은 그동안의 김 총재의 소통의 부재 탓이 크다"며 "앞으로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 소통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한은 조직 수장으로서도, 조직원 반발만 키운 개혁 등을 들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김 총재는 지난 2월 △직군제 폐지 △국·실조직 축소 △수석이코노미스트 도입 △지방본부 개편 등을 골자로 한 한은 개혁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총재의 권한을 지나치게 강화한 데다 한은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결여돼 조직장악을 위한 줄세우기식 개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한은 노조는 올 들어 김 총재에 대해 '중앙은행 독립성 후퇴', '업무수행에 매우 부정적'이란 내용의 성명을 냈으며, 총재와 임직원 간 관계도 상당히 멀어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