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적인 인간의 몸을 탐구하는 왕지원의 작품.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인사동 화랑에서 보기드문 '키네틱 아트'가 선보인다.
공화랑이 재개관한 공아트스페이스가 30일부터 '키네틱 아트-가재는 게 편이다'전을 연다.
'고미술 향기'가 가득했던 전시장은 첨단 현대 미술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예술과 과학기술의 결합, 기계와 결합된 작품은 '진화된 현대미술'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김기훈,노해율, 왕지원,최문석,최종운 등 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모두 조각가 출신으로 남성작가들이다.
"어떻게 만들었지?" 호기심이 피어나는 '움직이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2층에 전시된 왕지원의 작품은 관람객이 앞에서면 스르륵 움직인다. 붓다형상의 흰색 인간형상 뒤로 수많은 톱니바퀴가 꽃처럼 피어난다. 고뇌하는 사이보그 세상을 보는 듯하다.
수많은 인간군상의 단면을 그린 최문석의 노젓는 사람. |
최문석의 작품은 수많은 인간군상이 같은 동작으로 끊임없이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작가가 특수부대 근무하면서 마스게임등에 참가했던 힘든 기억은 상상력의 원동력이 됐다. 여러사람이 노저어 움직이는 커다란 배와 형광등을 밝히는 각각의 시추기계 등 거대사회를 움직이는 개인의 희생이 얼마나 의미있는 것인지 돌아볼 수 있게 한다.
3층엔 100여개의 발광하는 풍선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노해율작가는 "건드려 보라"고 말했다. 오똑이처럼 기둥풍선들은 누웠다가 살며시 다시 일어서 제자리를 찾는다. 작용과 반작용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는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시각화하고 있다. 툭툭툭 다시 일어나는 기둥 풍선의 움직임이 흥미를 자극한다.
내면의 세계를 시각화하는 김기훈 작가가 엘리자베스 초상화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관한 우리의 인식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
4층엔 김기훈 작가의 수수께끼 같은 작품이 발길을 잡는다.
검은색을 띤 두개의 형상이 물레 돌 듯 움직이는 작품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만든다. 제목 'Sunev'가 힌트다. 거꾸로 하면 'Venus'. 정제되어 있지 않은 두개의 덩어리 사이의 공간을 통해서만이 비너스 형상임을 확인할수 있다. 작가는 "멀리서 보라"고 당부했다.
링컨,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도 보인다. 단순한 초상화가 아니다. 눈썹과 코 가 움직인다. 약 200여개의 픽셀을 끼워만든 작품들은 섬세하고 정밀해서 스윽 지나치면 눈치챌 수 없을 정도다.
노동집약적이고 과학적 기술을 필요하는 작품들은 고단하고 힘든 작업세계를 보여준다. 젊은작가들로 구성된 이 전시는 아직 생소한 국내 키네틱 아트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공아트스페이스 박소민 큐레이터는 "국내에서 키네틱 아트가 장르로써의 범위를 차지하기에 아직은 인식부족과 작가들의 활동범위 또한 넓지 않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스스로 움직이는 키네틱아트가 관객들과 상호 소통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4월 12일까지.(02)730-1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