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석 건설부동산부 기자 |
이에 대해 LIG건설 노조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모기업인 LIG그룹과 현 경영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무리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해외 개발사업 추진으로, 3000억원의 순자산을 가진 기업을 3년여 만에 1조1000억원의 빚더미에 올려놨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이날 회견장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노조가 토해내는 억울함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우연히 옆을 스쳐 지나간 다른 건설사 관계자가 말한 "남의 일이 아니다"란 한마디 푸념이었다. '자금력이 탄탄한 대기업 계열의 건설사도 쓰러지는데 우리 회사도 혹시?'라는 불안감이 깊게 묻어 있었다.
최근 제법 이름난 중견 건설사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건설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탈출구로 기대됐던 해외 건설시장마저 최근 흔들리며 경영 사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명동 사채시장에는 다음에는 어떤 회사가 쓰러질 것이라는 부실 건설사 리스트가 나돌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한 중견 건설사에 다니는 지인은 최근 일할 맛이 안난다고 하소연이다. 일은 더욱 많이, 오래하는데 회사는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힘없이 고개를 흔든다. 만약 상황이 더 안좋아져 회사를 나와야 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대목에서는 한숨을 크게 쉰다.
건설업은 연관산업이 가장 많아 국가경데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산업이다. 한 건설사가 무너지면 연관된 수백 곳의 하청업체도 따라서 도산할 수 밖에 없다. 회사를 나와야 하는 직원들과 그들에 딸린 가족까지 더하면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위험해 지는 것이다.
부실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돼야 하지만, 건설사의 퇴출은 최대한 신중히 진행돼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난해 말로 일몰된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을 다시 도입하거나,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기업의 숨통을 틔어주는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