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4사 등 석유업계와 정부의 인식차가 여전해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돼 왔던 터여서 이미 예고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초 기획재정부와 지경부 등 관련부처가 물가안정대책회의를 통해 국내 정유업계에 불만을 제기한 이후 불합리한 석유가격 결정구조를 뜯어고치겠다며 의욕을 내비치며 추진해 온만큼 검토결과 지연에 따른 TF 신뢰성에 일정 부분 상처가 불가피해졌다.
더욱이 최근 리비아 등 중동지역 정세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지경에 돌입해 국제유가 급등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당장 시급한 불을 꺼야 하는 지경에 이른 점도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TF에서 가장 쟁점이 돼 온 가격 ‘비대칭성 구조’에 대해서는 회의 참석자들간에 쉽사리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경부 관계자는 “당초 이달 말까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민관 합동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의 주문으로 관련 정책과제 검토를 맡고 있는 전문가 그룹의 판단이 늦어져 이같이 미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그동안 그런 비대칭성을 별로 발견하지 못했고 국제 석유제품 시세에 연동한 국내 제품가격 결정구조를 원유가격과 연동하는 것으로 바꾸자는 데 대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석유정제시스템이 워낙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정부 내에서조차 가격결정시스템 결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일고 있고, 업계에서도 정유사마다 상이한 원가산정방식을 정부가 들여다보는 데 대해서는 지나친 간섭이라는 비판론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TF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관중인 석유공사 관계자는 “정부는 원가 베이스가 아닌 싱가포르 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 제품가격을 놓고 산정되는 석유제품 가격방식 등을 놓고 여전히 강한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며 “어차피 결과에 대한 최종 판단은 정부의 몫”이라고 말해 정부내 이견조율 역시 쉽지 않다는 점을 방증했다.
이와 관련, 지경부는 2일 전문가 그룹의 검토결과 등을 토대로 태스크포스 회의를 열어 세부 대책을 가다듬을 예정이다.
일단 정부는 석유가격결정구조에 대한 현황 및 원인 분석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원유가격이 오를 때는 석유제품 가격을 급하게 올리고, 역으로 유가가 내릴 때는 제품가격을 서서히 내리는 식의 가격 비대칭성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이달 말까지 석유가격 인하로 이어지기 위한 유통구조 등 포괄적인 개선책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한편 TF에는 주무부처인 지경부와 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관계자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가 1명, 에너지경제연구원측(2명)이, 민간에서는 각 정부 부처가 추천한 교수(6명)와 소비자를 위한 시민의 모임측 관계자가 참여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무폴제로 운영되고 있는 민간 주유업자들의 실질적인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며 “현재 전국 1만2000개 주유소 역시 정유4사가 사실상 지배하는 구조여서 유통구조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가격인하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