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맞수' 삼성-LG, '100년 친구' 해법은?

2011-02-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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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창립이후 끊임없는 경쟁…미래사업도 대부분 중복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지난 16일과 17일 LG전자 권희원 HE사업본부장과 삼성전자 윤부근 VD사업부 사장의 설전이 오갔다. 권 본부장은 삼성의 3D 기술을 ‘구세대’로 폄훼했다. 윤 사장 역시 ‘엔지니어의 양심’을 거론하며 원색적인 반론을 펼쳤다.

산업계 전반에서는 경쟁사의 기술이나 제품, 경영상황 등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이들 양사는 날을 세우며 상대에 대한 비판적인 언급을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양측의 치열한 상호견제와 경쟁은 40여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 삼성전자 창립 이후 40여년 경쟁구도

양측이 처음으로 부딪힌 것은 1968년이다. 당시 삼성은 산요와의 합작을 통해 삼성전자 창립을 준비했다. 하지만 LG전자(금성사) 등은 “삼성이 일본 업체를 끌어들여 막 싹을 틔운 국내 전자산업을 잠식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에 정부는 생산물량 전부를 해외에 수출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1969년 삼성전자의 창립을 허락했다.

1958년 앞서 전자산업에 뛰어든 LG에 비해 10년 늦게, 그것도 국내시장 진입을 제지당한 삼성전자는 한동안 LG전자에 밀렸다. 그러나 1975년 삼성전자는 TV 전원을 켠 뒤 5초 안에 영상을 구현하는 이코노TV를 출시, LG전자와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이후에도 양사의 공방전은 전자산업 전 부문에서 계속됐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삼성전자가 1983년 미국 일본에 이어 64K D램을 개발하며 성장을 거듭했다. LG 역시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어 삼성의 뒤를 바짝 추격했지만 IMF 쇼크로 현대에 반도체 사업을 내주면서 경쟁이 끝났다.

◇ 기술·표준 경쟁 치열..해외기업 ‘어부지리’

디스플레이 부문은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1위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기술방식과 기판표준 경쟁도 치열하다. 양사는 각각 IPS와 PVA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들 기술은 각각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력 TV의 크기가 각각 40·42인치, 46·47인치로 상이한 것도 서로 다른 기판 크기로 표준화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의 대결구도를 깨고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는 양측의 교차구매를 강권했다. 하지만 이 역시 역시 단발성에 그쳤다. 양 진영은 물류비 부담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대만 업체의 패널을 공급받을 정도로 견제에 나서고 있다.

◇ 가전·신수종 등 향후 경쟁 더욱 치열

이같은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수년 내에 글로벌 가전 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유럽을 공략하면서 동시에 신흥시장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까지 겹치면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여기에 신수종 사업도 중복된다. 양측은 헬쓰케어·수처리·태양광 등의 미래 먹거리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이 먼저 뛰어든 LED사업에 LG전자가 도전장을 던졌다.

2차전지 경쟁도 치열하다. 소형부문은 삼성SDI가 앞선 반면 전기차 배터리 부문은 LG화학이 먼저 출발했다. 이에 삼성SDI의 빠른 추격이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전자산업이 빠르게 발전한 것은 삼성과 LG의 끊임없는 경쟁이 시너지를 냈기 때문”이라며 “다만 경쟁국인 일본 업체들이 ‘협의회’ 등을 구성해 상호 발전을 꾀하는 반면 우리는 집안싸움으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과거 삼성과 LG는 힘을 모아 도시바·NEC 등의 ‘HD DVD’ 진영과의 표준화 경쟁에서 ‘블루레이’ 진영의 승리를 견인했다”며 “전자산업의 강자인 양사가 힘을 모은다면 한국 전자산업이 100년 이상 주도권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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